한명숙 국무총리가 23일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추진을 지원하기 위한 범정부적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지시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한 총리는 이날 "대통령의 개헌 추진을 행정적이고 법률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지원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 기구는 관련 부처가 참여해 학계,정계,시민사회 등의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구조로 구성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실은 이와 관련해 "기구 구성에 대한 아이디어는 총리가 직접 제안한 것이며 청와대와 협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윤승용 청와대 대변인도 "과거 정부 차원에서 개헌을 서포트하기 위한 기구는 없었지만 원만하게 추진하기 위한 기구는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법무부,법제처 등 관련 부처와 총리실은 이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에 이 기구의 구성과 운영,설치 근거 등의 사항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러나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대통령의 개헌 놀음에 정부 전체가 장단을 맞춰 개헌에 올인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면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국민적 반대의 벽에 부딪친 개헌 불씨를 살리기 위해 총리가 민생은 뒷전인 채 정치적 중립을 내팽개치고 공무원을 여권의 선거운동원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이라고 못박았다.

총리실은 이에 "한나라당이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일개 의원이 입법안을 만들 때도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여기에다 재정경제부가 지난 9일 대통령이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한 다음날 '선거가 미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라는 내부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문건은 사실상 개헌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개헌 옹호 내부문건이나 만드는 한심한 재경부마저 개헌 홍보처가 된 것 아닌가"라며 쏘아붙였다.

재경부는 공식 견해가 아니라 내부 참고용이라고 해명했지만 "국민들은 부동산 값 폭등,실업,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내일에 대한 희망을 잃고 있는 마당에 경제 주무부처가 코드 맞추기 행정에나 신경을 쓰고 있으니 나라꼴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