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최고위직 여성으로 주목받았던 씨티그룹의 샐리 크로첵 최고재무책임자(CFO)가 CFO직에서 물러났다고 씨티그룹이 22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그는 2년 전 맡았던 씨티그룹의 자산운용부문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으로 돌아간다.

그의 CFO직 퇴진은 표면상으론 자산운용부문 CEO였던 토드 톰슨이 사임한 데 따른 후속인사로 돼 있다.

그러나 그동안 크로첵이 CFO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며 그의 퇴진을 요구한 투자자들의 주장이 반영된 것으로 월가는 보고 있다.

씨티그룹은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51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6% 감소하는 등 성장세에 한계를 보여왔다.

이에 따라 찰스 프린스 회장은 조직개편의 필요성을 느끼고 크로첵을 CFO직에서 물러나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크로첵은 올해 42세로 작년 10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 최고 파워 여성 기업인' 9위에 오른 월가의 금융 여제다.

금융인으로서 10위 안에 포함된 사람은 그가 유일했다.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월가의 문화를 감안할 때 세계 최대 금융회사인 씨티그룹의 사실상 2인자 자리까지 오른 그에 대한 기대는 상당했다.

잘하면 CEO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CFO에서 하차함으로써 월가의 성차별을 빗댄 '유리천장'(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장벽)을 다시 한번 실감해야 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