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던 때,시골에선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이웃집 형편을 빤히 알았다. 해질 무렵 굴뚝에 연기가 피어 오르는지 보면 살림을 짐작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아궁이가 있던 시절 굴뚝은 이렇게 정직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속담이 힘쓰는 건 그래서일 것이다.

아궁이가 없어져서인가. 지금은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증권선물거래소가 지난해 조회공시 내용을 분석했더니 증권가 소문 29%가 근거없는 것이었다고 한다. 2005년 22.14%보다 상당히 늘어났다는 발표도 나왔다. 그러니 제발 소문에 따라 함부로 움직이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조언도 곁들여졌다.

증권가 소식뿐만 아니라 유명인과 연예인을 둘러싼 풍문도 헛것이 적지 않다고 한다. HP(휴렛 팩커드) 전 CEO 칼리 피오리나는 턱없이 번진 루머에 대해 이렇게 썼다. "한 잡지에 내가 출장 때마다 헤어 디자이너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데리고 다닌다는 기사가 실렸다. 사무실에 분홍색 대리석 욕조를 설치했다는 소문도 그치지 않았다."

헛소문이 퍼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다수 사람이 자신과 이해관계가 직접 얽히지 않은 일이면 검증 없이 무작정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카더라'와 함께 쉽게 옮긴다. 예전에도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했으니 인터넷에 문자 메시지까지 있는 지금은 순식간에 수만 수십만리까지 간다.

문제는 과거의 소문이 누군가의 상상력이나 잘못된 정보에 의해 우연히 생겨 알음알음으로 전해지던 것과 달리 근래의 소문은 특정집단이나 인물을 왜곡 중상하기 위해,혹은 누군가의 불순한 목적 달성을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정보를 유포시키는 데마고기(demagogy)인 수가 많다는 점이다.

증시를 떠도는 루머,정치인과 연예인에 관한 유언비어가 그렇다. 데마고기에 사로잡히면 이성과 판단력이 마비되고 그 결과 엉뚱한 인물에게 증오와 공격을 퍼부음으로써 황당한 결과를 빚을 수 있다. 혼란기일수록 데마고기는 심해진다. 제발이지 무슨 소문이든 아궁이와 굴뚝을 제대로 파악할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