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6차 협상 도중 한국 협상 전략을 담은 비공개 문건이 유출된 것과 관련,외교통상부가 유출자에 대한 검찰 고발 등 법적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공개 문건 공개' 파문은 국가정보원 조사에 이어 검찰 조사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도 23일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관련 의혹을 따진 데 이어 24일 한·미 FTA 특별위원회를 열어 조사단 설치 등 국회 차원의 조사 방안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김현종 본부장,"정말 어렵다…"

23일 국회 통외통위에 참석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한·미 FTA 관련 미공개 문건이 유출된 것에 대해 극히 유감"이라며 "결코 재발돼선 안 되는 만큼 법적 조치까지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형법 127조의 공무상 기밀유설죄에 의해 국가적인 비밀을 외부에 누설했을 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해당하는 처벌을 하도록 돼 있다.

이 조항은 국회의원에게도 적용된다.

이는 전략이 완전 노출돼 협상 막바지에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까지 몰린 데 대한 답답함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은 총만 안 든 전쟁인데 우리 작전 계획이 적에게 넘어간 것"이라며 "이 문건은 우리 생각을 확인해 주는 것으로 협상팀은 그만큼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종훈 수석대표도 "한 번도 공개적으로 나온 적이 없는 내용이 공개된 아주 중대한 사건"이라며 "상대편이 전반적인 전말을 유심히 모니터하고 있는 만큼 그 중요성이 어떻다는 것을 말씀 드리는 것조차 어렵다"고 설명했다.


○권영길 의원,"나라도 실명으로 공개한다"

이에 대해 권영길 민노당 의원은 "중요한 것은 과연 어떤 것이 국익에 보탬이 될 것인가"라며 "제가 비공개 문건을 입수했다면 실명으로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을 것이고 앞으로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덤핑,쇠고기,스크린 쿼터도 양보하고 도대체 우리가 얻어내는 것은 무엇인가"라며 "정부가 이토록 일방적으로 국회를 모독,비난하는 것은 협상 실패를 호도하거나 책임 전가를 위한 것이란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심상정 민노당 의원도 22일에 이어 이날도 브리핑을 갖고 정부의 '자작극'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유출된 문서는 기밀이랄 게 없는 데도 정부가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누가 이번 사태를 이용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이 부분을 의도적으로 확장하는 정치적 배후가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유출조사단 구성

특위 열린우리당 간사인 송영길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24일 특위에서 자체적으로 'FTA문서유출 조사단'을 만들어 내부 진상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재형 특위 위원장과 윤건영 한나라당 의원 등 양당 간사를 포함한 5,6명의 특위 위원이 조사단에 참여해 직접 회의장 녹화 테이프 검토 및 참석자 1 대 1 심문 등 강도 높은 규명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아울러 증거 인멸을 막기 위해 국회 내 비공개 열람실을 잠정 폐쇄했다.

김원웅 통외통위 위원장도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우리측 보고서가 유출된 것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을 넘어서는 사건"이라며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