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신년 연설은 21세기 한국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의 밑그림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일관되게 추진돼야 할 정책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고,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연설문의 큰 기조가 참여정부의 '공과(功過)'를 국민에게 차분한 어조로 설명한다는 쪽으로 잡히면서 새로운 정책적 제안이나 정치적 선언을 담은 '깜짝 뉴스'의 가능성은 애초부터 배제됐다.

연설문이 '너무 밋밋하다'는 반응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단기적인 정책 추진계획보다는 국가 발전 전략의 큰 뼈대를 강조한 것"이라며 "참여정부에서 못한 과제는 차기 정부가 넘겨받아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투자 없는 경제 성장 불가능

연설문의 상당부분은 참여정부가 실패한 '민생문제' 해결의 구조적 어려움을 설명하는 데 할애됐다.

노 대통령은 "민생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양극화 해소가 핵심"이라고 진단한 뒤 "'함께 가는 경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를 위해 국민들이 경제성장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국민소득 3만달러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동반성장 전략을 이해하고 일자리 창출을 통한 사회적 투자와 이를 통한 총수요의 지속적 확대가 필수적인 방법론임을 지적했다.

노 대통령이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 못지않게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한 사회적 자본의 구축도 필요하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 대통령은 특히 '비전 2030'정책은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닌 사회발전 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참여정부가 시동을 걸었지만 이후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할 국가적 과제임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올 한 해도 안정적인 경기관리 외에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소기업과 서비스 산업의 육성,재정투자를 통한 사회 서비스망 확충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개헌은 국가발전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

노 대통령은 "21세기 국가발전을 위해 미리 준비하고 필요한 개혁은 제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임기 4년 연임제의 원포인트 개헌안 제의 배경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은 변화의 속도가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시대"라며 "변화가 필요할 때 변화하지 않으면 세계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했다.

헌법 개헌을 통해 국가적 전략 과제에 대한 일관성과 연속적인 추진 동력을 제도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음 정부부터 보다 강력한 추진력으로 책임있게 국정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당장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당초 개헌에 대한 언급은 연설문 초안에는 없었지만 국가발전 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마지막에 추가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문제 역시 선진국 진입을 위한 도전적 전략으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다시 한번 강조됐다.

우리가 납득하고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한 빨리 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노 대통령은 강조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