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면 죽는다. 욕하거나 불법주차 찍히면 10만표 날아간다. 어떠한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정상에서 굴러떨어질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일 수 있다.수백만 네티즌의 휴대폰과 디지털 카메라가 당신의 행동을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릴 것이다. 이번 대선은 UCC(사용자제작콘텐츠) 선거다.'

2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대회의실에서 열린 'UCC를 활용한 제17대 대통령 선거전략 설명회'의 핵심 내용이다.

아마도 전세계에서 최초일 이번 'UCC 대선설명회'에는 대선주자의 선거참모와 정당 선거조직원,취재원 등 무려 300여명이 운집했다.

당초 잡아놨던 70석짜리 소회의실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급히 대회의실로 개최 장소를 바꿨으나 역부족이었다.

설명회를 주최한 동영상 전문업체 판도라TV와 커뮤니티사이트 디시인사이드는 "열기가 이렇게 뜨거울지 몰랐다"며 대성공을 만끽했다.

네트즌을 끌어들이는 판도라TV의 힘을 의식한 듯 한나라당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직접 현장을 방문했고,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축전을 보내며 축하했다.

손학규 전 지사는 "이제는 지하철에서 누군가 디지털카메라나 휴대폰을 들고 있는 것을 보면 겁이 난다"며 "내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몸가짐을 더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UCC를 통해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개진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가 자리잡고 있다"며 UCC의 긍정적 효과를 높이 평가했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지난 미국 상원의원 선거 당시 UCC 동영상이 승패를 갈랐던 사례가 소개됐다.

공화당 조지 앨런 상원의원이 인도계 청년에게 혼잣말로 비속어를 사용한 모습이 포착돼 미국의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랐고,결국 비난여론이 형성돼 낙선했다.

또 지난 16대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은 감성에 호소하는 동영상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황승익 판도라TV 이사는 "이번 대선은 한마디로 UCC 선거전"이라며 "만 19세 이상 네티즌 유권자들의 활발한 인터넷 활동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판도라TV측은 인기있는 동영상물은 콘텐츠가 90%,확산전술이 10%를 차지하는 만큼 결국 아이디어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는 19세 이하 네티즌의 UCC 전송 금지와 선거 기간에만 관련 UCC를 올리게 한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 참석자는 "긍정적인 UCC는 괜찮지만 후보자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악의를 갖고 퍼뜨릴 경우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여야 대선 캠프와 인터넷업계,선관위 등 다양한 참석자들은 3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며 관련 정보를 메모하는 열성을 보였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