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록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한 거장의 무대답게 뛰어난 기량과 원숙미가 공존한 무대였다.

1960년대 전설적인 록그룹 크림 시절 음악부터 팝 스타일의 히트곡 '원더풀 투나잇(Wonderful Tonight)'까지 40년 넘는 그의 발자취가 한 무대에서 녹아났다.

'세계 3대 기타리스트' '신의 손' 등 숱한 존칭이 따라다니는 거장 에릭 클랩튼(62)이 10년 만에 내한, 23일 오후 8시30분부터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두 시간 동안 열정적인 무대를 펼쳤다.

클랩튼은 1년에 걸친 아시아, 호주 지역 월드 투어를 펼치는 가운데 한국을 방문했다.

그동안 주로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공연을 펼친 그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공연 일정인 셈이다.

그는 공연에서 '블루스록의 거장'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70년대 자신이 중심이 된 그룹 '데릭 앤드 더 도미노스(Derek and the Dominos)'의 노래를 집중적으로 선보였다.

1만1천 석 규모의 체조경기장을 꽉 채운 관객의 열띤 박수 속에 등장한 그는 첫 곡 '텔 더 트루스(Tell The Truth)'부터 '키 투 더 하이웨이(Key To The Highway)'를 거쳐 '와이 더스 러브 갓 투 비 소 새드?(Why Does Love Got To Be So Sad?)'까지 내리 다섯 곡을 데릭 앤드 더 도미노스 시절의 리듬감 넘치는 블루스록 곡으로 채웠다.

이후 어쿠스틱 기타를 꺼내 든 그는 의자에 앉아서 언플러그드 무대를 펼쳤다.

'램블링 온 마이 마인드'(Rambling On My Mind)'에 이어 크림 시절의 '아웃사이드 우먼 블루스(Outside Woman Blues)' 등을 소화했다.

어쿠스틱 기타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 그는 '머더리스 칠드런(Motherless Children)' 때 다시 전기기타를 쥐었다.

이후 히트곡 '원더풀 투나잇'과 '레이라(Layla)'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공연장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후 공식 공연을 마쳤다.

이어 관객의 앙코르 요청으로 무대에 다시 선 그는 국내에서 한 동안 금지곡이었던 '코카인(Cocaine)'과 크림의 명곡 '크로스로즈(Crossroads)'를 불렀다.

클랩튼은 공연 내내 특유의 공명감 풍부한 기타 연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팬들도 클랩튼의 개인 연주 부분이 시작되면 환호를 하고 발장단을 맞추며 흥겨워했다.

블루스록의 산 역사를 보기 위해 온 팬이라면 무척 만족할 만한 공연이었던 셈.
특히 클랩튼과 함께 무대에 선 6인조 밴드의 실력도 출중했다.

10분 넘게 이어진 '리틀 퀸 오브 스페이즈…미 & 미스터 존슨(Little Queen Of Spades…Me & Mr Johnson)' 등에서 밴드의 기타리스트와 키보디스트들은 화려한 독주 무대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이날 공연은 '티어스 인 헤븐(Tears In Heaven)'이나 '체인지 더 월드(Change The World)' 등 달콤한 팝 스타일의 노래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불편한' 면이 없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클랩튼은 '생큐(Thank You)' 등 간단한 영어 몇 마디만 했을 뿐 시종 별다른 코멘트 없이 공연에만 집중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