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탈당사태가 가시권에 접어든 가운데 호남지역 의원 3∼4명이 최근 민주당에 입당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원내대표는 23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이 최근 민주당의 문을 노크해왔고 아직 확답을 한 것은 없다"며 "현재로선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원내 핵심 당직자도 "열린우리당 광주.전남지역 의원 3-4명이 최근 민주당에 입당하겠다는 뜻을 알려왔다"며 "이들 의원들이 입당하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낙연(李洛淵)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열린우리당 내에서 선도탈당론이 불거진 이후 최근 수도권과 호남출신 의원 2-3명이 입당 의사를 밝혔고, 이들은 민주당 입당을 원하는 우리당 의원이 10여명 선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우리당 소속 수도권지역 일부 의원들은 당 호남지역 동료의원들을 통해 민주당 입당 가능성 여부를 간접적으로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입당 의사를 타진한 우리당 호남 의원은 전남의 A의원, B의원과 광주의 C의원 등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은 최근 지역구에서 당원행사 등을 열어 탈당 의사를 밝힌 뒤 당원과 지역민을 대상으로 여론 수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광주의 C의원은 "민주당 입당 의사를 고려해 본 적이 전혀 없고 민주당에서 이를 퍼트리고 있다"고 부인한 반면, 전남의 B의원은 "민주당도 대안 모색의 한 대상이기 때문에 우리당을 탈당한 다음에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입당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그러나 입당의사를 타진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확답을 주지 않은 채 당분간 여당 탈당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어서 입당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난파선에서 사람을 빼오는 것 처럼 비칠 수 있는 만큼 현재로선 부담이 있다"며 "그분들이 입당할 경우 중도통합노선에 기반한 정계개편의 명분이 부족하다"고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또 다른 의원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입당할 경우 명분이 약해 정계개편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고 민주당 원외위원장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어 고민 중"이라며 "당내에 신중론이 많다"고 말했다.

신중식(申仲植) 의원은 "29일 열린우리당 중앙위원회 상황을 지켜본 뒤 입당 여부를 논의해보자고 말했다"며 "상황에 따라 교섭단체 구성, 원탁회의 출범 등 다양한 대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처럼 입당 가능성을 타진해온 열린우리당 의원들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대신 중도성향의 열린우리당, 국민중심당 의원들과의 물밑 대화채널을 공개, 제3지대 통합신당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김 원내대표는 "현재 속절없이 무너지는 열린우리당 상황에서는 중도개혁세력의 새싹이 보이지 않는다"며 "열린우리당, 국민중심당 의원들과 1년이 넘게 대화를 해왔고, 이제는 당당하고 떳떳하게 대화 모임을 공개하려 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비(非) 노무현, 비(非) 호남, 개혁적 이미지를 가진 열린우리당, 국중당 의원들로 구성된 `중도통합 추진세력'을 조만간 가시화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접촉해온 우리당과 국중당 의원들은 임종석(任鍾晳) 송영길(宋永吉) 김부겸(金富謙) 정장선(鄭長善) 신국환(辛國煥) 의원 등 10여명 선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