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안타까운 대통령, 답답한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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康元澤 < 숭실대 교수·정치외교학 >
그제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연설을 TV에서 보았다. 1시간가량 진행된 연설 가운데 가장 강하게 남은 인상은 노 대통령이 무척 '답답해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연설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시간이 부족해서 해야 할 말을 제대로 다 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야겠다'는 표현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도올 김용옥씨를 거론하면서 도올의 강의처럼 10시간을 주면 일주일에 1시간씩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은 기회를 갖고 싶다는 말도 했다. 노 대통령은 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노 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저리도 많다는 것은 대통령 스스로 국민과의 의사소통(意思疏通)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평소 의사소통이 잘 되고 있다면 신년연설에서 보여준 것처럼 시간에 쫓겨 할 말을 다 못해 아쉬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국민과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이유가 언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날 연설에서도 언론의 '흔들기'에 대한 불만이 토로(吐露)되기도 했다. '부동산 언론,사주(社主) 언론'이라는 표현도 썼다. 언론이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버려 대통령의 진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답답한 것은 대통령보다 국민들이다. 인터넷 시대에 언론이 그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다른 채널은 얼마든지 많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미 국정홍보처가 정책홍보 기능을 강화했지만 그런 방식이 아니라도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과 정책 방향을 국민에게 전달할 수 있는 수많은 정치적 자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통령이 기업 활동에 관심이 많다는 메시지는 굳이 기자회견이나 TV연설을 통해 말로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기업 현장을 자주 방문함으로써 말로 하는 것 이상의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또는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해당 부서 장관을 크게 질책함으로써 부동산값 앙등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보낼 수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수단을 통해 대통령의 생각을 국민에게 전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과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못했다면 그것은 국민이 대통령의 생각에 쉽게 동의할 수 없는 것이거나 혹은 대통령이 국민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신년연설에서 노 대통령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고 했지만 그동안 노 대통령이 제기한 중요한 아젠다는 대체로 국민을 놀라게 하는 형태로 던져졌다. 대연정(大聯政) 제안도 그렇고 얼마 전 개헌 제안도 그러한 방식이었다. 노 대통령은 제안의 진정성을 강조하지만 혼자 생각하고 어느날 갑작스럽게 던져진 제안을 두고 여기저기서 구구한 억측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정말 대통령의 말을 듣고 싶었을 때 노 대통령은 국민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통령이 사전에 아무런 교감도 없는 상황에서 내린 결정에 대해 국민에게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보다는 대통령이 국민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는지,왜 국민들이 답답해하는지 헤아려주고 거기에 맞추려고 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노 대통령의 연설을 들을 때마다 말을 참 감칠맛나게 잘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대통령은 너무나도 다양한 생각과 이해관계를 갖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명연설가라고 해도 가까운 친구나 지지자들 앞에서 대화하듯이 하는 방식으로 다가서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의사소통이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되고 관리된 형태의 기술(art)을 필요로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노 대통령의 안타까움이 바로 지금 국민과 대통령 간에 존재하는 인식의 괴리를 나타내 주는 것이다. 정치의 생명은 바로 언로(言路)인데 말이다.
그제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연설을 TV에서 보았다. 1시간가량 진행된 연설 가운데 가장 강하게 남은 인상은 노 대통령이 무척 '답답해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연설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시간이 부족해서 해야 할 말을 제대로 다 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야겠다'는 표현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도올 김용옥씨를 거론하면서 도올의 강의처럼 10시간을 주면 일주일에 1시간씩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은 기회를 갖고 싶다는 말도 했다. 노 대통령은 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노 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저리도 많다는 것은 대통령 스스로 국민과의 의사소통(意思疏通)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평소 의사소통이 잘 되고 있다면 신년연설에서 보여준 것처럼 시간에 쫓겨 할 말을 다 못해 아쉬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국민과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이유가 언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날 연설에서도 언론의 '흔들기'에 대한 불만이 토로(吐露)되기도 했다. '부동산 언론,사주(社主) 언론'이라는 표현도 썼다. 언론이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버려 대통령의 진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답답한 것은 대통령보다 국민들이다. 인터넷 시대에 언론이 그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다른 채널은 얼마든지 많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미 국정홍보처가 정책홍보 기능을 강화했지만 그런 방식이 아니라도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과 정책 방향을 국민에게 전달할 수 있는 수많은 정치적 자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통령이 기업 활동에 관심이 많다는 메시지는 굳이 기자회견이나 TV연설을 통해 말로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기업 현장을 자주 방문함으로써 말로 하는 것 이상의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또는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해당 부서 장관을 크게 질책함으로써 부동산값 앙등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보낼 수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수단을 통해 대통령의 생각을 국민에게 전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과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못했다면 그것은 국민이 대통령의 생각에 쉽게 동의할 수 없는 것이거나 혹은 대통령이 국민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신년연설에서 노 대통령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고 했지만 그동안 노 대통령이 제기한 중요한 아젠다는 대체로 국민을 놀라게 하는 형태로 던져졌다. 대연정(大聯政) 제안도 그렇고 얼마 전 개헌 제안도 그러한 방식이었다. 노 대통령은 제안의 진정성을 강조하지만 혼자 생각하고 어느날 갑작스럽게 던져진 제안을 두고 여기저기서 구구한 억측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정말 대통령의 말을 듣고 싶었을 때 노 대통령은 국민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통령이 사전에 아무런 교감도 없는 상황에서 내린 결정에 대해 국민에게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보다는 대통령이 국민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는지,왜 국민들이 답답해하는지 헤아려주고 거기에 맞추려고 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노 대통령의 연설을 들을 때마다 말을 참 감칠맛나게 잘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대통령은 너무나도 다양한 생각과 이해관계를 갖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명연설가라고 해도 가까운 친구나 지지자들 앞에서 대화하듯이 하는 방식으로 다가서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의사소통이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되고 관리된 형태의 기술(art)을 필요로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노 대통령의 안타까움이 바로 지금 국민과 대통령 간에 존재하는 인식의 괴리를 나타내 주는 것이다. 정치의 생명은 바로 언로(言路)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