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석유화학 핵심 원료인 올레핀(에틸렌과 프로필렌)의 제조원가를 기존보다 30%나 낮추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은 줄이는 신공정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SK 연구진은 과학기술부의 지원으로 '꿈의 소재'라고 불리는 제올라이트를 이용해 올레핀 제조에 사용되는 나프타(납사) 분해 촉매를 개발한 뒤 이를 적용한 올레핀 제조공정 기술도 완성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촉매 분해 올레핀 제조기술은 원유에서 뽑아낸 저급 중질 나프타 연료를 880도 이상 '고온'으로 열분해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700도 이하의 '저온'에서 쌀알 같은 제올라이트 촉매를 이용해 분해하는 방식이다. 온도가 낮은 만큼 에너지는 20%,투자비는 30% 절감할 수 있는 데다 생산수율은 30% 이상 올릴 수 있다고 SK는 설명했다. 고온 분해 방식에서는 나프타 60만t 기준 10개의 고온 분해로 장치가 필요했으나 이 방식으로는 촉매 반응기 하나면 충분하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특히 이 기술은 에틸렌과 프로필렌의 생산 비율을 자유롭게 조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제품의 생산량을 늘리는 식으로 공장을 운용할 수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SK㈜는 이 기술 완성에 따라 세계적인 석유화학 플랜트 엔지니어링업체인 미국 KBR사와 24일 전략적 제휴 협약을 맺고 울산 제1공장에 있는 열분해로 중 일부를 이 공정으로 바꾸는 플랜트 개조 작업에 착수했다. 이 작업에는 1000억원이 투입되고 2009년 완공된다. KBR사는 협약 체결에 앞서 관련 전문가를 SK에 보내 이 연구 성과에 대한 정밀 평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이 방식 제품의 생산 판매 결과에 따라 국내외 전 화학 플랜트 공정을 촉매 방식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는 2010년 이후 전 세계 신규 에틸렌 제조 공장을 전부 이 기술로 바꿔 건설할 경우 연간 1억1200만달러,기존 에틸렌 공장 중 10%를 개조할 때는 약 2억4900만달러의 로열티 수입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또 기존 나프타 열분해 공장을 대체할 경우 국내에서만 연간 150만t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어 최근 교토의정서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핵심 기술로도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완식 SK 기술원장은 "촉매 이용 올레핀 생산 기술은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매우 커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대비가 가능한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며 "전 세계 화학 업계를 대상으로 플랜트 기술 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