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대형 마트(할인점)인 이마트 운영체계를 전면 개편,'준(準)백화점'으로 고급화하기로 했다.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할인점의 저가 이미지에 싫증을 내면서도 백화점 가격대에는 부담을 느끼는,합리적인 가치소비를 선호하는 '소비 중산층'을 겨냥한 전략이다.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은 24일 "해외 벤치마킹 대상을 최저가를 무기로 성장해 온 미국의 '월마트'에서 '타겟'으로 바꿨다"며 이같이 밝혔다.

'타겟'은 고급화 전략을 내세워 월마트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한 미국의 백화점급 할인점이다.

구 부회장은 이와 관련,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공산품은 '연중 최저가' 전략을 유지하되 패션이나 신선식품,PL제품은 '가격'보다 '가치'에 방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이마트의 지향점을 백화점과 할인점의 중간인 '고급 할인점'에 맞추기로 했다.

1962년 설립돼 '세련된 할인점'을 표방하며 미국 내 1494개(2007년 1월 기준)의 점포망을 갖춰 할인점 2위업체로 도약한 '타겟'을 벤치마킹하겠다는 것.

이마트는 이를 위해 이미 패션부문 등에서 고급화를 시작했다.

2005년 9월 업계 처음으로 패선디자인실을 신설,작년 8월에 프리미엄급 PL인 '#902(샵나인오투)'를 내놨다.

현재 25개 점포에서 별도의 숍 형태로 운영할 정도로 조기 정착에 성공했다.

작년 9월엔 이마트 죽전점에서 할인점 최초의 진 편집매장인 '진 홀릭(JeansHolic)'을 개점,개장 기념으로 연 '진 100만점 판매행사'가 일주일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산본점 등 9개 점포로 확대된 진 홀릭에서는 리바이스,보이런던,루츠캐나다 등 그동안 할인점에서 취급하지 않던 11개 고가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작년 말 인사에서 이마트 패션디자인실을 이끌고 있는 권오향 실장을 신세계 최초의 여성임원(상무보)으로 승진시킨 것도 고급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마트는 올 상반기 중 디자이너 6명과 VMD(상품진열 담당자) 전문가 2명을 새로 영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인수한 월마트도 '창고형' 대신 매장 인테리어 등을 고급형으로 리뉴얼했다.

신세계는 올 상반기 명품 아울렛인 여주 신세계챌시 개장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오히려 2,3호점 출점 준비에 더욱 신경쓰는 분위기다.

구치,샤넬,페라가모 등 한국인이 선호하는 명품을 최고 70% 저렴하게 판매하는 프리미엄 아울렛의 성공에 대한 자신감때문이다.

여주 신세계챌시는 일본의 고덴바챌시와 비슷하게 200여개 명품으로 매장을 구성하고 이월상품을 최고 70%까지 할인해주며,한꺼번에 두 개 이상 구매시 추가 할인 혜택도 제공하기로 했다.

구 부회장은 "여주 신세계챌시가 문을 열면 주말마다 나들이 쇼핑객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진풍경이 펼쳐질 것"이라며 "서울 근교이면서 자동차로 접근하기 쉬운 자유로변에 2호점을 내고 3호점은 부산시 인근 기장군 일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