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시멘트 업계, 가격인상 '고육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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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기 침체와 중국 시멘트 유입으로 고전하고 있는 시멘트 업체들이 일제히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쪼그라든 시장을 서로 빼앗으려고 '출혈경쟁'을 벌인 탓에 최근 3~4년 새 판매가격이 30%나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24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쌍용양회는 이달 중순께 강원 경남 경북 전남 등 연안 지역에 판매하는 시멘트 가격을 10~15%가량 인상했다.
동양시멘트도 지난 11일 연안 지역 판매가를 7~8% 올렸다.
지난 몇 년간 가격 인하를 주도했던 라파즈한라시멘트도 다음 달부터 주요 지역의 판매가격을 10% 정도 인상할 계획이다.
쌍용양회 관계자는 "현재 판매가격이 유지될 경우 올해 수백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머지않은 시기에 수도권 등 내륙지방 판매가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시멘트업체들이 일제히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현재 판매가격으로는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수도권 시장을 기준으로 t당 시멘트 판매가격은 2003년 6만5000원 수준(운송비 포함)에서 현재 4만7000원까지 하락한 상태다.
반면 건설경기 침체로 내수시장 규모는 2003년 5830만t에서 지난해 4839만t으로 1000만t 가까이 축소됐다.
이로 인해 쌍용양회 동양시멘트 성신양회 등 '3대 메이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시멘트업체는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시멘트 업계에선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이윤을 내려면 가격이 지금보다 최소 20% 올라야 하는 만큼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동양시멘트 관계자는 "유지 보수 등에 필요한 적정 이윤을 내려면 t당 5만9000원 정도는 돼야 한다"며 "10% 인상으론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성신양회 관계자는 "가격은 떨어진 반면 연료비 수송비 전력비 등 제조원가는 지난 몇 년간 크게 올랐다"며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원가절감에 고삐를 죄고 있지만 한계에 부딪힌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이 추진하는 '가격 인상 바람'이 동종업계의 눈치보기와 외국산 시멘트의 공급 확대 때문에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중국 및 일본업체들은 국내 시멘트 가격이 급등하면 수출물량을 크게 늘리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였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