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2.0의 확산은 우리 사회와 기업을 어떻게 바꿔 놓을까.

삼성경제연구소는 상품(경제)은 물론이고 여론,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가 정착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목받지 못했던 틈새 시장과 소수 의견들에서 가치가 발견되는 시대가 찾아오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기업들은 소비자 주도 경제라는 큰 흐름에 발맞춰 '홈런보다 여러 개의 안타로 득점한다'는 유연한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열린 인터넷',무한한 가치 창출

삼성경제연구소가 24일 발표한 '웹2.0이 주도하는 사회와 기업의 변화'에 따르면 웹2.0 시대의 영향력은 IT산업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빠르게 파급되고 있다.

웹2.0이란 이용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정보와 지식을 생산,공유,소비하는 열린 인터넷.핵심은 '열린 공간'과 '이용자 참여'다.

보고서가 분석한 변화의 핵심은 '이용자 참여의 확산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최병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보 생산과 유통에 소요되는 비용이 크게 감소한 덕분에 정보의 다양성과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예전엔 기업들로부터 눈길조차 받지 못했던 상품과 정보들이 새로운 가치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웹2.0의 영향은 우선 경제 영역에서 △롱테일 경제 현상의 정착(하찮은 것으로 간주되던 틈새 시장의 경제적 비중이 점차 증가하는 현상) △중소 기업 및 1인 기업의 활동 공간 확장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음악파일을 유통하는 랩소디 사이트가 매출의 40%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지 않는 틈새 제품에서 올리고 있는 게 롱테일 현상의 단적인 예다.

이 같은 '다품종 소량생산 경제체제'로의 전환은 사회 각 부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1997년 TV토론,2002년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어 올 12월 대통령 선거에는 UCC(user created content·사용자 제작 콘텐츠)가 새로운 홍보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이런 흐름을 잘 보여준다.

○기업도 웹2.0에 맞춰 진화해야

보고서는 기업들도 웹2.0 시대에 맞춰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경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크라우드 소싱(crowd-sourcing·기업이 인터넷을 활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으고 기술적 문제를 해결)의 가속화 △기존 사업도 웹2.0 시대에 맞게 변신 △입소문 마케팅을 강력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기업 생존의 필수 조건이라는 것.

특히 제품 전략을 수립할 때 소수의 대형 히트 상품보다는 다수의 소형 히트상품을 창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정보 절대량의 폭증으로 양질의 정보를 선별하는 기능이 앞으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풍부한 콘텐츠와 전문가의 선별 기능을 결합한 '지식 코칭(coaching)'형 상품이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웹2.0 시대에는 위험성도 내재돼 있다는 지적이다.

최 수석연구원은 "미국 TV 방송국이 드라마를 광고할 목적으로 유튜브에 마치 누리꾼이 제작한 것처럼 동영상을 올렸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기업이 소비자를 가장해 여론을 움직이려 할 경우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