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안된' 신년특별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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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시도였나,준비 부족이었나.'
노무현 대통령의 23일 신년 특별연설의 성패(成敗)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이 연설 중간중간 "시간이 부족해서…"라며 준비한 원고의 절반도 채 소화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방송사고에 가깝다는 혹평이 제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노 대통령은 연설 중 수 차례 "이 부분은 넘어가겠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해야 했고 맥빠진 연설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로 이날 배정된 1시간 중 불과 10분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소화한 원고분량은 전체의 절반 남짓에 불과할 정도였다.
시간에 쫓기면서 연설 중간마다 홍보기획 비서관이 방송 카메라 밑에서 남은 시간을 5분 단위로 알려주기도 했다.
◆애초 무리 VS 페이스 잃어
노 대통령이 연설단상에 오르면서 가지고 올라간 원고는 A4용지 77페이지으로 편집된 제본이었다.
큰 글씨의 연설원고와 작은 글씨의 참고용 원고가 섞여있었다.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무리 빠른 속독 기능 아나운서가 읽어도 1시간20~30분짜리 분량'이다.
각 수석실을 통해 올라간 연설문 기초 자료만 500페이지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초부터 전 분량을 소화한다는 것은 연설의 달인이라고 하더라도 요령부득이었던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러나 "굵은 글씨체로 작성된 원고만 놓고 보면 대통령의 평소 발언속도로 봐서 1시간 안에 소화가 가능하다고 계산했다"며 "주제별로 분(分)단위로 시간을 배정했다"고 무리한 분량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께서 직접 원고를 작성하셨고 수 차례 독회와 연습 과정을 통해 원고를 충분히 숙지했다"면서 "현장에서 시간조절이 원활하지 못해서 결과적으로 매끄럽지 못하게 됐으나 준비가 치밀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도 24일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시중의 반응이 어떠냐"고 물었고 "중간에 페이스를 잃었다"고 언급했다.
준비된 원고를 다 소화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다.
◆실패한 연설 VS 핵심 메시지는 다 전달됐다
방송사고라는 일반의 평가와 달리 청와대는 "핵심적인 메시지는 다 전달됐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윤 수석은 "기대보다 빠지진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설 내용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국민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민생문제를 '남의 탓'으로 치부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대통령이 연설 처음부터 민생을 꺼내면서 '송곳이고 목에 걸린 가시다.
슬프고 면목없다'고 한 부분에 포인트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분위기에 따른 즉흥성을 감안하지 않고 강의형 연설방식의 위험부담을 무릅쓴 데 대한 비판과 함께 참모들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윤 수석은 이에 대해 "원고에 얽매인 낭독스타일보다는 자연스러운 연설형식이 보다 설득력이 있겠다고 참모들이 판단해 권유했고 대통령이 이를 채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노무현 대통령의 23일 신년 특별연설의 성패(成敗)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이 연설 중간중간 "시간이 부족해서…"라며 준비한 원고의 절반도 채 소화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방송사고에 가깝다는 혹평이 제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노 대통령은 연설 중 수 차례 "이 부분은 넘어가겠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해야 했고 맥빠진 연설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로 이날 배정된 1시간 중 불과 10분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소화한 원고분량은 전체의 절반 남짓에 불과할 정도였다.
시간에 쫓기면서 연설 중간마다 홍보기획 비서관이 방송 카메라 밑에서 남은 시간을 5분 단위로 알려주기도 했다.
◆애초 무리 VS 페이스 잃어
노 대통령이 연설단상에 오르면서 가지고 올라간 원고는 A4용지 77페이지으로 편집된 제본이었다.
큰 글씨의 연설원고와 작은 글씨의 참고용 원고가 섞여있었다.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무리 빠른 속독 기능 아나운서가 읽어도 1시간20~30분짜리 분량'이다.
각 수석실을 통해 올라간 연설문 기초 자료만 500페이지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초부터 전 분량을 소화한다는 것은 연설의 달인이라고 하더라도 요령부득이었던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러나 "굵은 글씨체로 작성된 원고만 놓고 보면 대통령의 평소 발언속도로 봐서 1시간 안에 소화가 가능하다고 계산했다"며 "주제별로 분(分)단위로 시간을 배정했다"고 무리한 분량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께서 직접 원고를 작성하셨고 수 차례 독회와 연습 과정을 통해 원고를 충분히 숙지했다"면서 "현장에서 시간조절이 원활하지 못해서 결과적으로 매끄럽지 못하게 됐으나 준비가 치밀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도 24일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시중의 반응이 어떠냐"고 물었고 "중간에 페이스를 잃었다"고 언급했다.
준비된 원고를 다 소화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다.
◆실패한 연설 VS 핵심 메시지는 다 전달됐다
방송사고라는 일반의 평가와 달리 청와대는 "핵심적인 메시지는 다 전달됐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윤 수석은 "기대보다 빠지진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설 내용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국민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민생문제를 '남의 탓'으로 치부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대통령이 연설 처음부터 민생을 꺼내면서 '송곳이고 목에 걸린 가시다.
슬프고 면목없다'고 한 부분에 포인트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분위기에 따른 즉흥성을 감안하지 않고 강의형 연설방식의 위험부담을 무릅쓴 데 대한 비판과 함께 참모들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윤 수석은 이에 대해 "원고에 얽매인 낭독스타일보다는 자연스러운 연설형식이 보다 설득력이 있겠다고 참모들이 판단해 권유했고 대통령이 이를 채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