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에 규정된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이 또 연장될 모양이다.

올해 말로 시한이 끝나는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을 2010년 말까지 3년 연장하는 공정거래법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에서 확정됐다는 소식이다.

물론 규개위 심의에서 공정위의 금융거래정보요구권 상설화 주장이 3년 시한 연장으로 재조정되긴 했지만 당연히 없어져야 할 조항을 다시 연장 적용한다는 결정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한시적으로 도입키로 한 법 조항의 기본 취지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고,정부 기관마다 기업에 대한 금융거래정보를 독자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극단적인 행정편의주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당초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은 1999년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를 파악하기 위해 3년간만 활용하기로 했던 조항이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두 차례 시한을 연장한 데 이어 이번에는 아예 시한 없는 상시조항으로 바꾸겠다고 나섰으니 권한 유지를 위한 기관이기주의가 극에 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만약 기업에서 부당내부거래 혐의가 발견된다면 법원의 영장을 청구받아 해당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금융거래 정보를 얻는 것이 원칙이다.

이런데도 국세청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검찰 금융감독원 등이 개별적으로 계좌추적권을 행사하는 통에 기업의 금융거래 내역이 발가벗겨진 채 제공되고 있는 셈이다.

긴밀한 협조를 통해 각자 지니고 있는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데도 굳이 독자적인 조사권을 갖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부처끼리 협의해서 처리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기업에 묻겠다는 것은 행정편의를 위한 것이고 좀더 나아가면 직무유기와 다르지 않다.

툭하면 기업을 상대로 수십억,수백억원대의 과징금을 물리는 공정위의 사건 처리방식 역시 경영의욕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러한 과징금 처분은 법원에서 패소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공정위는 경쟁촉진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기업의 발목을 잡거나 옥죄는 규제에 중점을 두는 식의 정책으로는 공정거래법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거듭 강조하지만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은 현행 법에 명시된대로 올해 말까지만 적용되고 폐지되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