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아파트 청약가점제 시행시기를 올 9월에서 내년 1월 이후로 늦추기로 한 것은 청약시장의 혼란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1·11대책에서 당초 민간아파트 청약가점제를 2010년 도입하기로 했던 것을 2년 이상 앞당기는 바람에 청약자격이 크게 불리해지는 신혼부부와 미혼자 등을 중심으로 기존 청약예금 가입자들이 거세게 반발,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돼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심 끝에 일단 올 3월 초 입법예고를 한 뒤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9월까지 청약가점제 틀을 마련하되 적용시기를 늦추는 내용의 절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정부가 작년 말 현재 721만명에 달하는 청약통장 가입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청약제도 변경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예비청약자들의 큰 혼선이 우려된다.

또 이번 응급조치는 정부가 사전에 충분한 검토 없이 정치권의 논리에 떠밀려 1·11 대책을 내놓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어서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분양가 상한제와 연동

정부의 이번 조치는 청약가점제 일정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민간아파트 공급시기와 맞추기 위해서다.

1·11 대책의 핵심인 분양가 상한제는 올 9월부터 민간아파트에도 시행되지만,9월 이후에 사업승인을 신청하는 아파트에 적용된다.

9월 전까지 사업승인을 신청하고 12월 전까지 분양승인 신청을 하는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 민간아파트는 일러야 내년 초 이후에나 나올 수 있다.

정부가 청약가점제 시기를 내년 1월 이후로 늦춘 것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가 분양되는 시점에 맞추겠다는 의도다.

건교부 관계자는 "청약가점제의 목적은 실수요자들에게 싼값에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이라며 "분양가 상한제와 청약가점제를 연동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1·11 대책도 청약가점제라는 큰 틀을 마련한 것이지 적용시기를 못박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에 따라 3월 초 입법예고할 예정인 주택공급규칙에 공공 및 민간아파트의 청약가점제 도입을 명시하고 부칙에 시행시기를 별도로 명기하기로 했다.


○신혼부부·미혼 무주택자 배려

민간아파트에 청약가점제가 도입되면 신혼부부와 미혼의 청약예금 가입자들이 크게 불리해진다.

청약가점제는 무주택기간이 길고 자녀수 등이 많은 사람에게 가점을 주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는 청약자격이 불리해지는 신혼부부 등을 배려할 수밖에 없어 일정을 조정해 유예기간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청약가점제가 시행되더라도 2010년까지는 현행 추첨제를 병행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가는 1·11 대책의 의미가 반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택지 아파트의 청약가점제는 예정대로 오는 9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예비청약자들의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2010년 이전에 민간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청약부금을 청약예금으로 미리 바꾼 가입자들도 상당수에 달해 청약가점제 시행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가 당초 2010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청약가점제를 1·11대책에서 2년 이상 앞당긴 데 대해 무주택 서민들은 내집 마련의 꿈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환영한 반면 기존 청약예금 가입자들은 역차별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