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가 세계 돈 흐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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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중심, 뉴욕 월가 런던
카지노, 라스베이거스 마카오
조세회피, 라부안 싱가포르
카지노, 라스베이거스 마카오
조세회피, 라부안 싱가포르
'역시 규제 완화였다.' 뉴욕이 세계의 금융 중심지 자리를 런던에 빼앗기고 있는 것은 회계감독 규정을 대폭 강화한 미국의 사베인스-옥슬리법에 등을 돌린 기업들이 빅뱅(Big Bang)으로 규제를 벗어 던진 런던 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마카오가 세계 카지노의 메카라는 라스베이거스를 제친 것도 40년 카지노 독점을 깨고 외국 투자를 받아들인 규제 혁파가 발판이었다.
2위에 머무르던 이들 도시가 1위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규제 완화의 힘'은 아시아의 조세회피 지역으로 말레이시아 라부안이 위축되고 싱가포르와 홍콩이 부상하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런던은 작년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세계의 기업 공개(IPO) 물량이 금융 중심지를 상징하는 뉴욕 월가를 뒤로 하고 런던으로 몰려들었다.
작년 한 해 세계 각국 기업이 런던 증권거래소에서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489억달러로 뉴욕 증권거래소의 336억달러를 앞질렀다.
런던은 세계 최대 외환거래 시장이기도 하다.
하루 평균 1조1000억달러의 외환이 매매돼 전 세계 외환거래의 32%를 소화하고 있다.
18%를 점하는 뉴욕 외환시장을 크게 앞섰다.
국가 간 은행 대출과 장외파생상품 거래 등 자산운용과 헤지펀드를 제외한 거의 모든 금융거래 부문에서도 런던은 뉴욕을 제치고 단연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런던이 세계 최대 금융시장으로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은 금융 규제 완화를 대대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1986년 12월 당시 영국의 대처 총리가 빅뱅을 추진한 지 20년 만에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영국 국제금융센터(IFSL)의 덩킨 매킨지 이사는 "돈을 만지는 금융인 입장에서 런던만큼 매력적인 곳은 없다"며 "사베인스-옥슬리법 등으로 강력한 규제를 받는 뉴욕과 달리 런던은 금융당국(FSL)이 정한 원칙만 지키면 돈이 돌아가는 데에는 제약이 없다"고 말했다.
런던 금융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대부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줄리앙 캘로 이사는 "미국과 독일,프랑스 은행은 물론 오랜 불황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일본 은행들이 런던에서 영업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많이 띈다"며 "런던 금융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카오가 세계 카지노의 중심이던 라스베이거스를 누른 것도 독점권을 깬 경쟁 촉진이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마카오 특별행정구 정부는 작년 마카오의 카지노 수입이 전년 대비 22% 증가한 총 69억5000만달러에 달했다고 지난 23일 발표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아직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에 따르면 65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마카오의 카지노 시장 규모는 80억달러에 육박할 전망이어서 2001년과 비교하면 4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마카오의 이 같은 급팽창은 40년간 독점 구조를 유지하던 카지노산업에 경쟁을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기회는 마카오의 주권이 1999년 포르투갈에서 중국으로 반환되면서 찾아왔다.
정치·사회적인 거대한 변화가 벌어지는 때를 맞춰 마카오 특별행정구 정부가 2002년 결단을 내렸다.
관광 진흥을 명분으로 카지노 사업권을 총 6개로 늘려 해외 투자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마카오 특별행정구 입법회 의원인 호세 쿠틴호는 "마카오는 주권 반환 이전에도 10여년간 카지노를 포함한 산업의 독점적 구조를 혁파하려고 노력했지만 카지노 사업권을 확대하는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카오 카지노 재벌인 스탠리 호와 정부의 유착관계가 워낙 강고했기 때문.당시 스탠리 호는 마카오에 있는 카지노의 대부분인 16개를 소유하고 있었다.
마카오 정부의 개방 노력에 처음으로 화답한 것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업계 대부인 셸든 아델슨이었다.
그는 2004년 게임 테이블 740개,슬롯머신 1254개 규모의 샌즈 마카오를 개관했다.
이어 윈 마카오도 작년에 문을 열었다.
총 12억달러를 들여 객실 600개,게임 테이블 220개,7개 식당과 명품 쇼핑몰을 갖췄다.
이로써 불과 2년 사이에 마카오 카지노는 24개로 늘어났다.
마카오의 미래는 더욱 거창하다.
대표적 개발구역인 코타이 스트립 부지는 타이파섬과 콜로안섬 사이에 있는 바다를 매립해 마련했다.
이곳에는 2009년 완공을 목표로 2만개 객실을 갖춘 대규모 복합 엔터테인먼트 단지가 들어선다.
포시즌,힐튼,매리어트,셰라톤,샹그리라,인터컨티넨탈 등 쟁쟁한 브랜드의 호텔들이 세워진다.
샌즈도 이곳에 스위트룸만 3000개에 달하는 베네치안 마카오 호텔을 건설 중이다.
규제 완화는 85세인 스탠리 호도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의 시장 점유율이 100%에서 50% 가까이 줄기는 했지만 전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총 수입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카지노를 총괄 관리하는 SJM의 지분을 100% 유지하는 것을 포기하고 19억달러어치의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라스베이거스 자본과의 한판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제도 금융권뿐만 아니라 규제 여부에 따라 돈을 세탁하는 조세회피 지역의 중심지도 변하고 있다.
케이맨 군도는 여전히 세계 최대 조세회피 지역의 위상을 지키고 있지만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외국 자본을 규제한 말레이시아 라부안 지역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박춘호 홍콩 심플렉스 한국 대표는 "돈세탁이 이뤄지는 지역도 규제 여부에 따라 중심지가 변하고 있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라며 "최근 들어 규제를 대폭 완화한 싱가포르와 홍콩이 아시아 조세회피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홍콩=장규호 기자 schan@hankyung.com
마카오가 세계 카지노의 메카라는 라스베이거스를 제친 것도 40년 카지노 독점을 깨고 외국 투자를 받아들인 규제 혁파가 발판이었다.
2위에 머무르던 이들 도시가 1위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규제 완화의 힘'은 아시아의 조세회피 지역으로 말레이시아 라부안이 위축되고 싱가포르와 홍콩이 부상하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런던은 작년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세계의 기업 공개(IPO) 물량이 금융 중심지를 상징하는 뉴욕 월가를 뒤로 하고 런던으로 몰려들었다.
작년 한 해 세계 각국 기업이 런던 증권거래소에서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489억달러로 뉴욕 증권거래소의 336억달러를 앞질렀다.
런던은 세계 최대 외환거래 시장이기도 하다.
하루 평균 1조1000억달러의 외환이 매매돼 전 세계 외환거래의 32%를 소화하고 있다.
18%를 점하는 뉴욕 외환시장을 크게 앞섰다.
국가 간 은행 대출과 장외파생상품 거래 등 자산운용과 헤지펀드를 제외한 거의 모든 금융거래 부문에서도 런던은 뉴욕을 제치고 단연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런던이 세계 최대 금융시장으로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은 금융 규제 완화를 대대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1986년 12월 당시 영국의 대처 총리가 빅뱅을 추진한 지 20년 만에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영국 국제금융센터(IFSL)의 덩킨 매킨지 이사는 "돈을 만지는 금융인 입장에서 런던만큼 매력적인 곳은 없다"며 "사베인스-옥슬리법 등으로 강력한 규제를 받는 뉴욕과 달리 런던은 금융당국(FSL)이 정한 원칙만 지키면 돈이 돌아가는 데에는 제약이 없다"고 말했다.
런던 금융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대부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줄리앙 캘로 이사는 "미국과 독일,프랑스 은행은 물론 오랜 불황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일본 은행들이 런던에서 영업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많이 띈다"며 "런던 금융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카오가 세계 카지노의 중심이던 라스베이거스를 누른 것도 독점권을 깬 경쟁 촉진이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마카오 특별행정구 정부는 작년 마카오의 카지노 수입이 전년 대비 22% 증가한 총 69억5000만달러에 달했다고 지난 23일 발표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아직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에 따르면 65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마카오의 카지노 시장 규모는 80억달러에 육박할 전망이어서 2001년과 비교하면 4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마카오의 이 같은 급팽창은 40년간 독점 구조를 유지하던 카지노산업에 경쟁을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기회는 마카오의 주권이 1999년 포르투갈에서 중국으로 반환되면서 찾아왔다.
정치·사회적인 거대한 변화가 벌어지는 때를 맞춰 마카오 특별행정구 정부가 2002년 결단을 내렸다.
관광 진흥을 명분으로 카지노 사업권을 총 6개로 늘려 해외 투자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마카오 특별행정구 입법회 의원인 호세 쿠틴호는 "마카오는 주권 반환 이전에도 10여년간 카지노를 포함한 산업의 독점적 구조를 혁파하려고 노력했지만 카지노 사업권을 확대하는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카오 카지노 재벌인 스탠리 호와 정부의 유착관계가 워낙 강고했기 때문.당시 스탠리 호는 마카오에 있는 카지노의 대부분인 16개를 소유하고 있었다.
마카오 정부의 개방 노력에 처음으로 화답한 것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업계 대부인 셸든 아델슨이었다.
그는 2004년 게임 테이블 740개,슬롯머신 1254개 규모의 샌즈 마카오를 개관했다.
이어 윈 마카오도 작년에 문을 열었다.
총 12억달러를 들여 객실 600개,게임 테이블 220개,7개 식당과 명품 쇼핑몰을 갖췄다.
이로써 불과 2년 사이에 마카오 카지노는 24개로 늘어났다.
마카오의 미래는 더욱 거창하다.
대표적 개발구역인 코타이 스트립 부지는 타이파섬과 콜로안섬 사이에 있는 바다를 매립해 마련했다.
이곳에는 2009년 완공을 목표로 2만개 객실을 갖춘 대규모 복합 엔터테인먼트 단지가 들어선다.
포시즌,힐튼,매리어트,셰라톤,샹그리라,인터컨티넨탈 등 쟁쟁한 브랜드의 호텔들이 세워진다.
샌즈도 이곳에 스위트룸만 3000개에 달하는 베네치안 마카오 호텔을 건설 중이다.
규제 완화는 85세인 스탠리 호도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의 시장 점유율이 100%에서 50% 가까이 줄기는 했지만 전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총 수입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카지노를 총괄 관리하는 SJM의 지분을 100% 유지하는 것을 포기하고 19억달러어치의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라스베이거스 자본과의 한판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제도 금융권뿐만 아니라 규제 여부에 따라 돈을 세탁하는 조세회피 지역의 중심지도 변하고 있다.
케이맨 군도는 여전히 세계 최대 조세회피 지역의 위상을 지키고 있지만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외국 자본을 규제한 말레이시아 라부안 지역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박춘호 홍콩 심플렉스 한국 대표는 "돈세탁이 이뤄지는 지역도 규제 여부에 따라 중심지가 변하고 있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라며 "최근 들어 규제를 대폭 완화한 싱가포르와 홍콩이 아시아 조세회피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홍콩=장규호 기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