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CEO의 시대는 끝났다.'

전 세계 2500여명의 파워 엘리트가 참석한 가운데 스위스 스키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권력의 이동' 시대에 기업과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포럼 참석자들은 24일(현지시간) 생산자로부터 소비자로 권력이 이동하고 있으며 인터넷 발달로 네트워크 경제가 출현함에 따라 CEO는 독자적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는 중개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트워크 경제와 CEO의 역할

'네트워크화된 세계를 어떻게 선도해야 하나'란 주제의 세션에서 영국 최대 통신회사인 BT의 벤 베르바옌 CEO는 "인터넷을 통해 모든 개인들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최고의 두뇌를 지역에 상관없이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남성적 CEO의 역할이 강조됐지만 네트워크 경제 하에서는 이해 관계자 모두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CEO는 새로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력이동 시대의 비즈니스' 세션에 참석한 미국 소프트웨어업체 선가드데이터시스템의 크리스토벌 콘데 CEO는 "사장이 종업원이나 사회와 상관없이 마음대로 전략을 결정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제왕적 CEO는 네트워크 경제 시대에 기업의 수명을 단축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CEO는 종업원의 사기를 북돋아주고 종업원과 고객,공급업자 등으로부터 광범위하게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무흐타르 켄트 코카콜라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기업의 리더는 10년 후 미래 비전을 세우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비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다가오는 웹 3.0시대와 기업

'웹 2.0을 넘어'란 주제의 세션에서 참가자들은 '개방성'과 '참여'를 키워드로 한 웹 2.0 시대를 넘어 데이터의 이용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증진시킬 웹 3.0시대 (웹 2.0를 뛰어넘어 인터넷 사용성의 혁신에 초점을 둔 변화)의 미래상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존 마크오프 뉴욕타임스 기자는 "웹 3.0 시대에는 카탈로그처럼 정보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손쉽게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이드 역할을 인터넷이 하게 된다"며 "온라인에서 얻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개인들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상 공간에서의 네트워크가 발달함에 따라 실리콘밸리 같은 지역 클러스터가 혁신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상실할 것으로 예상되며 유럽이나 아시아 등 인터넷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지역에서 새로운 기술이 출현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페더레이티드 미디어의 존 바텔 회장도 "앞으로 엄격한 절차를 거쳐 창업할 필요 없이 구글 같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외부 자금의 도움 없이도 기업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웹 3.0시대에는 언제 어디서든 사람의 신원과 위치가 파악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사생활 보호 문제가 중요한 현안으로 부상하겠지만 새 사업 창출 기회도 엄청나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됐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