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신경숙씨는 윤대녕씨의 소설을 '내밀하고 매혹적'이라고 평한다.

그는 "내가 너무 일상적이 되어가는 것 아닌가,관계들이 이렇게 시시할 수 있나 좌절감이 들 때,일부러 그의 소설들을 찾아 읽을 때가 있다"며 "그는 사소한 개인을 신화적으로 이끌 줄 알아서 그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나도 너도 사뭇 소중하고 장엄해지는 것이 은근히 살아갈 맛이 생겨난다"고 말한다.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병들고 죽음에 이르는 인간사에 대한 윤대녕 특유의 세밀하면서도 따스한 시선을 일컫는 말이다.

윤대녕씨(45)가 3년 만에 소설집 '제비를 기르다'(창비)를 내놨다.

그는 개인의 내면에 집중하던 이전의 세계를 넘어 한층 넓어진 삶의 지평을 응시한다.

이번 작품집에는 죽음을 앞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을 감싸고 있는 정조는 '어둡지 않고 환한 슬픔'이다.

'낙타 주머니'처럼 너무나 일찍 찾아온 친구의 죽음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몸과 마음을 함께 앓는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의 죽음은 오히려 삶 쪽으로 열려 있으며 어떤 긍정의 순간을 품고 있다.

요컨대 죽음이 보이는 시간에 이르러 윤대녕 소설의 인물들은 고단하고 회환에 찬 삶을 정화(淨化)할 수 있는 순간과 만난다.'(문학평론가 정홍수)

헤어짐과 죽음과 눈물 앞에서 윤대녕 소설만큼 쓸쓸하면서 따뜻하기도 힘들다.

낯선 남자와 여자의 우연한 만남을 그만큼 감쪽같이 소설 속에 안착시킬 수 있는 작가도 흔치 않다.

'못구멍'의 기훈과 명해,'마루 밑 이야기'의 병희와 윤정,'낙타 주머니'에서 1년 만에 조우하는 주인공과 화가 이진호가 그러하다.

느닷없고 억지스러울 정도로 우연한 만남과 상황이 작가가 보는 인간사이고 세상사인 것이다.

그는 "문학의 종언을 둘러싼 논란이 문단에서 가열한 이때,또 한 권의 책을 보태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삶이 계속되는 한 그리움은 계속되고 또한 누군가 조용히 숨어 글을 바라고 쓰는 일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