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양천구 목동의 최고급 주상복합인 하이페리온Ⅱ(아파트 576가구,오피스텔 403실)에 새로 입주한 김모씨는 황당한 일을 겪고 있다.

직장 동료들에게도 이 아파트를 샀다는 사실을 숨겼는데,주변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아파트 동호수는 물론 휴대폰 전화번호까지 어떻게 알아냈는지 잇따라 전화를 걸어와 전세 의향 등을 물어오고 있는 것.

의아하게 여긴 김씨는 전화를 건 중개업자를 직접 찾아가 실상을 전해듣고는 깜짝 놀랐다.

목동 일대 중개업소 대부분이 하이페리온Ⅱ의 몇 동·몇 호의 계약자 이름과 휴대폰 전화번호를 포함한 신상정보가 정리된 명단을 통째로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인지 불쾌하고 또 불안하기도 해 요즘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하이페리온Ⅱ처럼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단지 계약자의 개인 정보가 공공연히 유출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구체적인 신상자료가 버젓이 불법 거래되고 있어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유출된 계약자 명단은 중개업소의 수요가 많아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하이페리온Ⅱ의 계약자 명단은 아파트가 60만원,오피스텔이 3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입주 초기에는 두가지 명단을 합쳐 100만원을 넘었다가 단지 인근 중개업소 40∼50개를 포함,목동 일대 상당수 중개업소들이 명단을 확보하게 되면서 가격이 떨어졌다.

목동 A공인 관계자는 "하이페리온Ⅱ 같은 대단지가 입주를 하면 많은 중개업소들이 새로 문을 연다"며 "이들이 영업을 위해 불법인 줄 알면서도 계약자 명단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전세 거래를 한 건만 성사시켜도 몇 백만원이 남기 때문에 100만원이라는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히 문제가 심각한 것은 동·호수와 계약자,전화번호 등의 기본 정보는 물론 주민등록번호와 기존에 살던 집 주소까지 유출되는 사례도 빈번하다는 점이다.

2003∼2004년 입주한 하이페리온Ⅱ 인근의 고급 주상복합 삼성쉐르빌Ⅰ,Ⅱ의 경우 지금도 상당수 중개업자들이 계약자 명단 원본의 복사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계약자들의 개인 정보가 건설사나 시행사 등의 내부에서 빼돌려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계약자 명단은 영업기밀이나 마찬가지여서 외부에서 입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