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北도 한·미 FTA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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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북한 개성시내 자남산여관 식당.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개성공단을 방문한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북측 관계자들이 점심을 함께 한 자리였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잘 풀려야 합니다." 기자 옆자리에 앉은 북측 민족경제협력위원회 관계자는 "북한 주민들한테도 개성공단 제품이 판매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의아스런 표정을 짓자 그는 자신의 논리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기자 선생,이번 한·미FTA 협상을 통해 남측 기업들이 개성에서 생산한 제품들이 남측산으로 인정받아야 좋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개성에 진출한 남측 기업들이 잘 될 거고,공단이 잘 되면 남북 합영기업도 생겨나 북한 주민들에게 개성산 제품이 판매될 수 있을 거 아닙니까."
개성산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받으면 관세를 물지 않아도 돼 미국 수출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였다. 현재 개성산 제품 중 21%가 수출되나 대부분 유럽 중국 중동 러시아에 치중돼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평양에서 내려왔다는 그는 이쯤에서 미국을 도마 위에 올렸다. 개성산을 한국 제품으로 인정하지 않는 미국의 태도를 걸고 넘어졌다.
"미국이 (북측을) 적대시하지 않으면 더 좋을 겁니다. 우리가 핵 가진 거 잘 했어요. 이라크가 핵을 보유했으면 미국이 그렇게(이라크 침공과 사담 후세인 처형) 했겠습니까."
북한의 핵 보유는 정당하다고 주장하면서,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에게 남측 기업들이 지급하는 임금이 북한 정부의 무기개발용 자금으로 전용되지 않느냐고 의심을 품어 온 미국을 겨냥한 듯했다. 미국이 정당한 핵 보유를 시비 걸지 말고 개성산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로 들렸다.
그러나 현실은 사뭇 다르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는 '북측 근로자에 대한 임금지불 투명성을 제고한다''한·미FTA 협상에서 개성산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되도록 노력한다' 등을 올해 주요 사업계획으로 잡아 놓고 있다. "개성공단은 평화통일의 실험·실습현장,진출기업은 한반도 평화의 선구자"라고 한껏 치하한 이재정 통일부 장관도 새겨둬야 할 현실적인 목표인 것 같았다.
개성=김홍열 정치부 기자 comeon@hankyung.com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잘 풀려야 합니다." 기자 옆자리에 앉은 북측 민족경제협력위원회 관계자는 "북한 주민들한테도 개성공단 제품이 판매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의아스런 표정을 짓자 그는 자신의 논리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기자 선생,이번 한·미FTA 협상을 통해 남측 기업들이 개성에서 생산한 제품들이 남측산으로 인정받아야 좋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개성에 진출한 남측 기업들이 잘 될 거고,공단이 잘 되면 남북 합영기업도 생겨나 북한 주민들에게 개성산 제품이 판매될 수 있을 거 아닙니까."
개성산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받으면 관세를 물지 않아도 돼 미국 수출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였다. 현재 개성산 제품 중 21%가 수출되나 대부분 유럽 중국 중동 러시아에 치중돼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평양에서 내려왔다는 그는 이쯤에서 미국을 도마 위에 올렸다. 개성산을 한국 제품으로 인정하지 않는 미국의 태도를 걸고 넘어졌다.
"미국이 (북측을) 적대시하지 않으면 더 좋을 겁니다. 우리가 핵 가진 거 잘 했어요. 이라크가 핵을 보유했으면 미국이 그렇게(이라크 침공과 사담 후세인 처형) 했겠습니까."
북한의 핵 보유는 정당하다고 주장하면서,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에게 남측 기업들이 지급하는 임금이 북한 정부의 무기개발용 자금으로 전용되지 않느냐고 의심을 품어 온 미국을 겨냥한 듯했다. 미국이 정당한 핵 보유를 시비 걸지 말고 개성산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로 들렸다.
그러나 현실은 사뭇 다르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는 '북측 근로자에 대한 임금지불 투명성을 제고한다''한·미FTA 협상에서 개성산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되도록 노력한다' 등을 올해 주요 사업계획으로 잡아 놓고 있다. "개성공단은 평화통일의 실험·실습현장,진출기업은 한반도 평화의 선구자"라고 한껏 치하한 이재정 통일부 장관도 새겨둬야 할 현실적인 목표인 것 같았다.
개성=김홍열 정치부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