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13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던 지난해 11월.집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우의제 사장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쳤다.

한때 회생불능 판정을 받았던 '골칫덩이' 회사를 어느새 세계 굴지의 IT(정보기술)기업 반열에 올려놨다는 자부심 때문이었다.

끊임없이 '위기'를 강조하고 임직원들에게 채찍질을 가하면서 '하이닉스 부활'을 일궈낸 일등공신인 우 사장.그런 우 사장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회사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추진했던 이천공장 증설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우 사장은 정부가 이천공장 증설 불허라는 최종 결정을 내린 지난 24일,전 임직원들에게 이메일 메시지를 보내 "신규 공장 건설은 하이닉스의 절대과제다.

어떤 난관도 하이닉스의 전진을 가로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천 증설과 관련해 우 사장이 입장을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메시지는 정부 결정으로 어수선해진 회사 분위기를 추스르고 임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우 사장은 먼저 "국내외 경쟁사들과 비교할 때 첨단공정인 300mm웨이퍼 생산능력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한 뒤 "경쟁업체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앞다퉈 300mm웨이퍼 팹을 짓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최고의 반도체기업이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수 인재 확보와 동시에 첨단 생산시설 확충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증설 불허 결정에 따른 회사의 향후 전략도 임직원들에게 설명했다.

우 사장은 "새 공장입지와 신규 라인 건설 등은 신중히 고려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회사의 기본 방침은 300mm웨이퍼 팹을 적기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투자시기가 늦춰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사장은 신규 라인 건설 부지와 관련해서는 "하이닉스가 보유하고 있는 가용토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이천공장과 청주공장의 균형 발전을 최대한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본사와 연구소가 위치하고 있는 이천공장은 신규 라인을 건설하기에 최적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환경 관련 규제만 해결된다면 최적의 입지"라면서 "청주공장에는 가용토지가 부족하나 인근 부지를 확보해 신규 라인 한 개를 증설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청주공장에 신규 라인 건설을 추진하되,이천공장 증설 허가를 받아내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펼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우 사장은 끝으로 "하이닉스의 성장동력 강화를 위해서는 신규 공장 확보가 절대과제인 만큼 지역사회의 충분한 지지를 구하면서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임직원들이 단합된 모습을 보인다면 어떤 난관도 하이닉스의 전진을 멈추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한편 하이닉스 고위 관계자는 "올해 착공에 들어갈 1차 300mm웨이퍼 라인 부지로 청주를 포함한 제3의 부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제3의 후보지로는 수도권 규제를 받지 않는 경기도 남부 지역 중 한 곳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