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은 25일 "공공부문에서 비축용 아파트를 최대한 확보해 전·월세로 공급하다가 물량이 부족할 때는 분양으로 돌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또 1·11대책에서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키로 한 것과 관련,"시민단체는 '무늬만 공개'라고 주장하고 건설업계는 '반시장적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며 "정부는 좌우 양쪽의 비판은 숙명으로 받아들이되,갈 길을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서 "집값 안정이라는 큰 가치를 위해 일부 개별가치는 잠시 접어둘 수밖에 없다"며 규제가 지속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포럼에 참석한 학계 및 연구단체에서는 대체로 분양가상한제(원가연동제)와 원가공개 시행에 따른 민간 주택시장 위축을 우려했다.


◆"공급물량 늘려야"

참석자들은 공급물량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금융연구원 최흥식 원장은 "그동안 집값이 크게 오른 것은 과잉 유동성 뿐 아니라 공급이 미진했던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며 주택공급 로드맵에 대해 질의했다.

이 장관은 "지난 2~3년간 주택공급이 적었던 것은 사실이며 2010년까지 수도권에는 연평균 32만가구씩 총 164만가구를 공급해 수도권 주택보급률을 116%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주공,토공,지방공사 등을 통해 전·월세 물량과 소형 분양주택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비축용 아파트를 크게 늘리겠다"며 설명했다.

이 장관은 또 "이를 위해 현재 민간택지(53%)에 비해 규모가 작은 공공택지(47%)의 비율을 더 늘릴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LG경제연구원 이윤호 고문은 "최근 양도세가 너무 많아 집을 팔고 싶어도 못 파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며 "물량 확충 효과를 위해 (기존 주택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과도한 세제 정책을 손질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주현 원장도 "공공에서 물량을 확대한다고 하지만 이미 주택수요가 차별화돼 있어 총량은 큰 의미가 없다"며 다양한 주택수요에 맞는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강정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의 "역세권 주변의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개발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 장관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당분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는 어렵다"고 답했다.

◆민간 고급주택 시장 위축 우려

이승훈 서울대 교수는 "고도성장이 지속되면서 고급주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정부는 서민형 주택을 지어야 한다는 원칙에 볼모가 돼 고급주택 공급을 소홀히 하고 있다"며 "나중에는 고급주택이 부족해서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교수는 또 "이런 면에서 분양가 인하대책은 민간 주택공급을 위축시키는 만큼 공급 확대를 위한 본질을 벗어난 정책인 것 같아 근심스럽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해도 실제 시세에 근접하는 땅값을 인정해줄 계획이고 가산비용을 인정해 주는 등 현실성 있는 건축비를 책정하도록 돼있다"며 "여기에 공영개발을 하더라도 각 건설업체의 브랜드를 달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품질이 크게 낮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과잉 유동성 문제 해소 시급

황건호 한국증권업협회장은 "최근 가계자산이 부동산으로 쏠리는 등 운용실태가 심각하다"며 "지금이라도 퇴직연금을 활성화하는 등 유동성 위기 관리를 위한 대책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주현 원장도 "가계발 금융위기가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규제가 가시화될 경우 자칫 버블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정부정책의 속도조절을 주문했다.

홍익대 박원암 교수는 "정부가 추구하는 '집값 안정'의 의미가 무엇이냐"를 질의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일단 금융권의 LTV 비율이 과거 버블이 붕괴됐던 일본에 비해 낮은 상황이어서 버블이 꺼질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집값 안정의 전제조건은 현재보다 더 오르면 안된다는 것과 정상가치보다 훨씬 가격이 뛴 지역은 일정비율 하향 안정돼야 한다"고 답해 강남 등 가격 급등지역의 집값 하락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한편 김종욱 우리투자증권 회장은 "싱가포르 등 선진국처럼 스카이라인을 살리는 도심 재개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