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19대 임금 숙종.장희빈과 인현왕후,두 여인의 치마폭에 싸여 궁중 비사의 단골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물.그러나 그는 나약하거나 무능한 왕이 아니었다.

14세에 즉위해 선대 왕들이 어려워하던 노정치가 송시열의 잘못을 지적하고 훗날 사약까지 내린 강심장이었다.

46년의 집권 기간에 일어난 세 차례의 환국(換局) 속에서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왕권을 유지했다.

서인과 남인을 교차하는 파트너 선택에서 보여준 노련한 정치력,상평통보를 유통시킨 실물경제 감각은 뛰어난 리더십으로 이어져 영·정조 르네상스의 기틀을 일궈냈다.'

'제왕의 리더십'(김기흥 외 지음,휴머니스트)은 유리왕부터 정조까지 20명의 국가경영 기술을 역사학자의 관점에서 재구성했다.

절대적이면서 초인적 능력이 강조되던 고대,측근 정치가 부각됐던 고려를 거쳐 신하에 의해 심한 견제를 받았던 조선의 왕권을 정리했다.

백제의 총체적 위기를 해결한 경륜가 무령왕,여왕의 파워를 보여준 선덕여왕,개혁 프로그램의 완성자 성종,실패한 이상 군주 충선왕 등 다양한 리더십을 이야기 중심으로 풀어냈다.

광해군의 경우 현 정권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소수로 권력을 잡았고 개혁을 궁정의 최대 과제로 삼았으며 수도 이전 시도,과거사 바로잡기 등 비교되는 사안이 많다.

북인 중심의 세력화도 '코드 인사'로 대표되는 지금의 정국 운영을 연상시킨다.

광해군 정권의 실패는 '개혁의 방향이 옳다 하더라도 독선적이라면 더 큰 반동을 야기할 수 있음'을 역사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392쪽,1만80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