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물리학 교수 안톤 차일링거는 양자물리학 실험 분야에서 빛을 가장 잘 다룬다고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최근 국내에 번역된 '아인슈타인의 베일'(전대호 옮김,승산)을 통해 "실험은 자연에 대한 질문하기이며,그에 대한 자연의 대답은 '실재'"라고 말한다.

1장 '모든 것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에서는 파동이면서 동시에 입자라는 이중성을 갖는 빛을 설명하면서 '정보'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2장에서는 양자 얽힘 현상과 상보성,측정과 관련된 벨의 정리 등을 쉽게 풀이해준다.

입자 세 개 이상의 '얽힌 계'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양자 현상도 '폭군과 신탁'이라는 동화를 빌려 재미있게 설명한다.

3장에서는 순수 기초 연구에 머물던 양자물리학 연구가 양자통신과 양자컴퓨터라는 응용 분야로 급속히 연구영역을 넓혀가는 과정을 살핀다.

4장에서는 드 브로이가 들춘 베일 뒤에 감춰진 자연의 참모습은 어떠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보어의 "관찰된 현상이 아닌 한 어떤 현상도 현상이 아니다"라는 형이상학적인 주제와 연결시킨다.

실제로 그는 세계적 영적 스승인 달라이 라마와 만나 양자 현상 실험을 해보이면서 현상과 실재에 관한 형이상학적 접근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가장 핵심적인 5장 '정보로서의 세계'에서 사고 실험인 스무고개 놀이의 '예-아니오 대답'을 예로 들며 "머지않아 우리는 물리학 전체를 정보의 언어로 이해하고 진술하게 될 것"이라는 휠러의 견해를 소개한다.

그리고는 "실재와 정보는 동일하기 때문에 실재에 대한 정보 없이 실재를 언급하는 것은 명백하게 무의미하고 정보를 실재에 관련시키지 않으면서 정보를 언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확언한다.

그 근거로 자연과학사에서 외견상 극복할 수 없는 커다란 대립들이 갑자기 해소되고 서로 관련 없던 사태들이 종합되었던 사건들을 들춰낸다.

"그 유명한 실례로 뉴턴은 천상과 지상의 현상들이 정확히 동일한 자연법칙을 통해 기술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통합의 역사로 19세기에 맥스웰은 전기와 자기가 동일한 동전의 양면이라는 것을 증명하며 전기와 자기를 통합하였다.

다윈도 모든 생물이 동일한 유전 및 자연 선택 원리에 따라 발생했다고 주장했는데,100년 후 DNA 발견에 의해 모든 생물이 공통의 유전 암호를 가진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이 같은 세계관의 변화에 관해 부연 설명하면,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은 지구 중심의 아리스토텔레스 세계관을 무너뜨렸고,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을 통합시킴으로서 우리의 시공관을 변화시켰고,마침내 다윈의 연구 결과는 우주 속에서 인간이 동물보다 특별히 우월할 것이 없는 존재라는 점을 성찰할 수 있게 해주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21세기 첨단 과학기술 시대의 근간을 이루는 '정보'가 바로 '실재'라는 새로운 세계관의 흐름 속에 우리가 놓여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312쪽,1만5000원.

박영재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