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은 주가하락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아마 1929년 주가가 대폭락하면서 사상 유례 없는 대공황이 시작된 아픈 기억 때문일 것이다.

그 이후 미국경제가 회복되기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1987년 10월19일 미국 주식시장에서 하루에 주가가 20% 이상 대폭락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이 날은 그 이후 블랙먼데이(Black Monday)로 명명되었다).


물론 며칠 사이에 주가가 회복되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는 했으나 경제가 별 문제없이 잘 돌아가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상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그중에 중요한 원인이 바로 포트폴리오 보험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매였음이 지적되면서 프로그램 매매와 포트폴리오 인슈어런스 전략은 상당한 조명을 받게 되었다.

프로그램 매매는 주식매수 혹은 매도를 함에 있어서 미리 짜놓은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대량의 주식매매를 한꺼번에 체결시키는 전략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15개 이상의 종목에 대해 한꺼번에 매수 혹은 매도주문을 내는 것을 의미한다) 당일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자 엄청난 프로그램 매도세가 몰리면서 하락하던 주가는 대폭락으로 이어진바 있다.

그런데 이처럼 주가가 하락하면서 프로그램 매도가 나오고 이로인해 더 하락하자 매도 물량이 더더욱 한꺼번에 몰리게 된 이유는 바로 포트폴리오 인슈어런스 전략 때문이었다.

포트폴리오 인슈어런스 전략을 실행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그중에서 동적자산배분전략(dynamic asset allocation)이 주목의 대상이었다.

(동적자산배분전략을 그냥 포트폴리오 인슈어런스 전략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블랙먼데이 훨씬 전 이 전략은 인기를 끌었다.

이 전략의 목표는 주가가 오르면 이익을 보고 떨어지더라도 미리 정한 수준에서 막는 것이었는데 이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 특이했다.



만일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계속 사들이면서 쫓아가고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팔면서 쫓아가는 철저한 시장추종전략이 핵심이었던 것이다.

이를 조금 더 살펴보자.

100억원의 펀드가 있다할 때 100% 주식을 사들인다면 주가가 하락시 손실이 나고 100% 채권을 사들이면 주가가 상승시 수익기회를 상실한다.

그렇다면 주식과 채권을 반반 섞으면 어떨까.

이 역시 애매하다.

주가 상승시 주식을 매입한 50억원만 이익을 내주고 주가 하락시에는 채권을 산 50억원의 자금만 방어가 된다.

이처럼 주식이 가진 대박효과와 채권이 가진 안정적 효과를 동시에 잘 조화시키면서 큰 수익을 올리기란 매우 어렵다.

그런데 옵션이론에 기반하여 흥미있는 논리가 개발되었다.

주식과 채권을 각각 반반 정도씩 사들이고 나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포트폴리오 구성비를 바꾸어 가면 "주가상승시 이익 + 주가하락시 방어" 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되는가? 주식편입비율을 옵션이론에 따라 계속 바꾸어주면 된다.

옵션이론에 나오는 콜옵션의 델타(Δ)에 해당하는 숫자에 맞추어 편입비율을 조정하면 되는 것이다.

콜옵션은 아래는 막히고 위는 열려있는 구조를 가진다.

따라서 주식을 운용할 때 콜옵션 구조를 제대로 흉내 내면 오를 때 이익을 보되 떨어질 때 손실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처럼 주가가 오르면 편입 비율을 늘리면서 쫓아가고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팔면서 쫓아가는 추종전략.이것이 바로 한때 미국시장을 풍미했던 동적자산배분전략의 핵심이다.

또한 동적자산 배분은 인덱스 포트폴리오를 매수한 후 선물매도포지션을 취하고 매도비율을 조정하는 방법을 통해서도 실행가능하다.

선물을 이용할 경우 선물매도비율은 위에서 본 채권비율과 일치시키면 된다.

공식에 맞추어 오르면 사고 떨어지면 파는 이 전략은 상당히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이 전략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숨어있었다.

몇몇 투자자만 이 전략을 시행할 때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인기가 좋아지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이 전략을 추종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대다수가 이 전략을 채택하게 되니까 주가가 오르면 사자 주문이 엄청나게 몰리게 되었는데 이 엄청난 사자주문은 주가를를 더 올리게 되었고 주가가 더 오르니까 사자주문이 더 나가면서 "오르면 사고,사면 더 오르고…"하는 불안한 상황이 펼쳐졌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팔자주문이 몰리면서 "팔면 떨어지고 떨어지면 더 팔고 더 팔면 또 떨어지고…" 하는 상황이 되었다.

주식시장은 결국 엄청나게 불안해지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악순환의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가 결국 블랙먼데이에 와서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다.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프로그램 매도가 작동하면서 더 많은 매도주문이 접수되고 이로 인해 주가가 더 떨어지니까 프로그램매도 주문이 더 나오고 하는 악순환의 과정이 실제로 나타나면서 대폭락 장세가 연출되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주가지수선물을 이용하던 펀드들은 엄청난 선물매도주문을 내게 되어 주가지수선물과 주식현물가격이 동시에 폭락하는 폭포효과(cascade effect)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폭락장세에서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지키기는 불가능했고 결국 블랙먼데이 이후 이 전략은 인기를 상실하였고 전략 추종자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혼자 하면 좋은 효과가 나는데 남들이 다 쫓아서 하면 역효과가 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이 전략은 잘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립대 교수 chyun@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