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스케익'이라는 온·오프라인 결합형 '나홀로' 베이커리를 운영해 한 달에 800만원을 벌어들이고 있는 1인 기업가 전미경씨(48). 그는 고객에 대한 '개인적 관심'과 '긴밀한 의사소통'을 사업 성공의 핵심으로 꼽는다.

전씨는 '이야기가 담긴 케이크'라는 독특한 컨셉트의 케이크로 '사업가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맞춤형 케이크를 만들어 주려면 그가 요즘 뭘 하며 사는지,무슨 꿈을 가지고 있는지,가슴 속에 품은 추억은 무엇인지 등을 최대한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죠." 첫 단계에선 주문자에 대한 '정보 수집'이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얘기다.

제이스케익 제품을 반드시 1주일 전 예약해야만 살 수 있고,한 개에 30만원을 호가하는 데도 주문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까닭은 전씨가 케이크에 '감동'을 더해 팔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전씨는 유명 대기업 CEO(최고경영자) 비서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CEO의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전 대표는 먼저 CEO의 개인 홈페이지를 살폈다.

케이크의 컨셉트를 잡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케이크 바탕을 CEO가 어린 시절 살았다는 시골집 마당처럼 꾸몄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가족 사진을 토대로 CEO 부부 인형을 만들어 올렸다.

케이크를 받은 CEO가 감동을 먹은 건 당연하다.

다른 사례 하나.

어느날 한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가회동 매장을 찾아왔다.

색다른 생일 케이크로 친구들과 파티를 벌이고 싶다고 했다.

전씨는 아이에게 "가장 좋아하는 동화가 뭐니"라고 물었다.

그래서 만들게 된 게 신데렐라 케이크.아이가 파티에 쓸 것이라고 얘기한 만큼 신데렐라가 춤을 추는 무도회장을 표현했다.

전씨는 이처럼 인터넷이 제공하는 개방된 웹서비스를 활용해 최소한의 인원과 비용으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스로 케이크를 만들어보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가회동 매장에서 '베이커리 체험강좌'도 열고 있다.

재료만 제공하고 고객들이 손수 케이크를 굽도록 도와주면서 1인당 8만원씩 받아 부수입을 올린다.

전씨는 2002년까지만 해도 평범한 전업주부였다.

평상시 요리에 관심이 많아 가족에게 직접 만든 빵과 케이크를 먹일 요량으로 숙명여대 요리 아카데미 '르 꼬르동 블루'에서 제빵 과정을 이수했다.

'준(準) 전문가' 수준의 제빵기술을 보유하게 된 전씨는 가족과의 '추억'을 소재로 꾸민 케이크를 만들었다.

"남편과의 연애 시절 자주 가던 데이트 장소 모습을 본뜬 케이크도 있었고,아이들이 어린 시절 살던 동네 모습을 케이크 위에 데코레이션해 넣기도 했죠."

직접 만든 케이크를 사진으로 찍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는 일도 빼놓지 않았다.

전씨의 '이야기가 담긴 케이크' 사진은 인터넷 미니홈피와 블로그로 삽시간에 '퍼날라'졌다.

생일 기념일 등에 선물용으로 쓸 케이크를 만들어 달라는 '일촌'(사이월드에서 각자의 블로그에 자주 들르는 사이)들의 부탁이 폭주했다.

어느새 '홈 베이킹' 케이크를 만들어 파는 '인터넷 제과점'으로 진화했다.

지금은 회사 홈페이지인 '제이스케익(www.jscake.com)' 사이트에서 주문을 받고 있다.

서울 가회동에 오프라인 점포도 열었지만 여전히 직원은 전씨 혼자다.

그는 "주 고객이 대량 생산된 '붕어빵 케이크'를 거부하는 이들이기 때문에,조직적인 분업과 대량 생산을 위한 회사체계를 갖추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