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인 일본 공고구미가 퇴출 위기에서 벗어나 살아나고 있다.

578년 설립된 세계 최고(最古) 건축 회사인 공고구미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쇼토쿠 태자의 명에 따라 오사카에 사천왕사를 짓기 위해 초빙됐던 백제 장인 공고 시게미츠(한국명 유중광)가 초대 당주(사장격)를 맡았던 것. 공고구미는 1400여년 동안 절 건축과 개·보수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로 명성을 지켜왔다.

목수들의 조합 형태에서 1955년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일본 건축업을 상징해온 이 회사는 1990년대 들어 매출 부진과 적자 증가로 어려움을 겪었다.

신규 사찰 물량이 줄어든 데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진출했던 아파트 건설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목재건축 기술은 뛰어났지만 경영 마인드가 문제였다. 39대 당주인 공고 도시타카(83)를 비롯해 100여명의 목수들은 비용 개념이 다소 부족했다. 훌륭한 건축물을 짓겠다는 의식이 너무 강해 채산성을 도외시했다. 최고급 자재를 쓴다든지 품질에만 주력해 공기를 맞추지 못하는 일도 생겼다.

전성기 때 연 130억엔에 달했던 매출은 급기야 2004년에 절반으로 떨어졌다.

결국 2005년 말 거래 은행이 추가 대출을 중단하자 파산 위기에 몰렸다.

부채만 40억엔에 달했다.

앞날이 캄캄하던 이 회사에 회생의 불빛을 비춘 회사는 중견 건설 회사인 다카마쓰건설. 공고구미의 기술력과 브랜드를 높이 평가한 다카마쓰 측은 2005년 11월 100% 출자해 같은 이름의 자회사 '공고구미'를 설립하고 기존 공고구미로부터 영업 양도를 받았다.

옛 공고구미는 작년 7월 자기 파산을 신청했다.

새로 탄생한 공고구미의 오가와 간지 사장(57·다카마쓰건설 부사장 겸임)은 회사 재생에 전력을 쏟고 있다.

그는 취임 후 아파트 건설 등 일반 건축 사업에서 손을 떼고 주 특기인 목재 건축에만 전념했다.

장인인 사원들에게 경영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매달 회사의 실적을 공표,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품질도 중요하지만 회사는 이익을 남겨 생존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회사 정상화 작업은 당초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재출범 후 첫해인 지난해 적자에서 벗어났으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흑자 경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0년까지 목조 건축 부문 매출을 2배로 늘리고 기업을 공개할 계획이다.

새 회사에서 상담역을 맡고 있는 39대 당주 공고 도시타카는 "우리 회사가 목조 건축 전문 업체로서 100년 아니 200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