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BizⓝCEO] 기획특별판 입니다>

일본 장수 구로다 죠이스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주고받은 이 말은 '최고경영자의 인재경영'(히구치 히로히타 지음)이란 책 첫머리에 나온다.

대화 속의 '사람'을 '인간'과 '인재'로 바꿔놓고 읽으면 누구든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새해 벽두부터 재계 총수들이 '핵심인재ㆍ글로벌인재 유치'를 경영화두로 쏟아내면서 기업의 인재경영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고 세계 곳곳의 정부와 기업이 앞장서 핵심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처럼, 어떤 조직이건 누구를 어떤 자리에 쓰느냐에 따라 일의 성패가 가름되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인사를 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의 과제가 있다.

좋은 자질을 보유한 인력을 채용해서 회사가 요구하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양성하는 것, 그리고 이렇게 양성된 인재들이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자리와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요즘은 '인재전쟁'(人材戰爭)이라는 말이 일상화될 정도로 우수 인력 확보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국경을 초월한 인력 확보 경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된 것도 이젠 오랜 일이 됐다.

1온스의 금을 캐기 위해 몇 톤의 흙을 파내는 노력이 필요한 것처럼 기업도 인재확보에 실탄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일류 엔지니어 한 명이 평범한 인력 300명보다 낫다"고 한 어느 유명 CEO의 말은 이제 충격적이지 않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93년 '신(新) 경영'을 선언하며 "21세기는 탁월한 1명의 천재가 1000명, 1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라고 한 것처럼 인재가 이끄는 지적 창조력의 시대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인재 확보 경쟁이 국내에서 이슈가 된 것은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21세기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아야 하는 시점에서 기업들은 '사람'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기술도 영업도 생산도 한계에 봉착했다는 걸 절감한 직후였다.

그 후 본격적으로 기업들이 핵심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에서까지 스카우트전을 벌인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삼성 LG 현대ㆍ기아차 SK 등 4대그룹의 주요 계열사 사장들이 '만 명을 먹여 살릴' 인재를 뽑아오기 위해 비행기를 탔다.

최근에는 금융권뿐만 아니라 중견ㆍ중소기업들도 여기에 합류하고 있다.

KT가 신년 초 인재경영 본격화에 나섰고, 시중은행들은 전공ㆍ나이ㆍ학력 제한을 철폐하고 경험의 다양성과 창조적 사고를 중요한 인재채용 평가요소로 삼기 시작했다.

'된' 인재보다 '될' 인재, 즉 '떡잎'부터 차지하기 위해 사장보다 더 나은 대우도 마다하지 않는 풍토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인재를 중시하는 경영은 막강한 기술력과 철저한 서비스 정신을 가진 사원을 키워낸다.

적자투성이의 냉장고 공장이던 '하이얼'이 지금 중국 내 매출액 1위 기업이 된 것도 장루이민의 인재경영에 힘입어서다.

또 인재경영의 '원조(元祖)' 격인 삼성이 세계를 제패한 비결도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풍토 때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핵심인재 관리의 4가지 성공 포인트'란 보고서에서 "현재 제조업체의 71.9%가 핵심 인재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며 "인적자원 수준이 단숨에 높아지기 어려워 기업의 인재양성 시스템은 대대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인재양성과 확보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 노란 경고등은 이미 켜졌다.

일본 정부는 제3기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1990년`대보다 2배 이상 많은 글로벌 일류인재를 유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중국도 세계 최고의 인적 네트워크를 자국 내에 형성한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전쟁은 이라크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기업 세계는 상시 전쟁 체제다.

경쟁자를 물리쳐야 회사가 살아남기 때문이다.

'핵심인재 확보 전쟁'(War for Talents)에서 이기는 기업이 21세기를, 그리고 지구촌을 지배할 수 있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