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 건설부동산 부장 >

새해 건설업계의 화두는 해외시장 진출이다. 대형업체는 물론 중견업체까지 해외사업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사업구조를 바꾸려 하고 있다. 진출국가도 점점 다양해져 중국 베트남에 이어 두바이 카자흐스탄 캄보디아 인도까지 나가 사업기회를 찾는 업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대형업체들이야 일찍이 1970년대부터 중동 등을 중심으로 큰 공사를 수주하며 경험을 쌓은 터라 해외진출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그렇지만 대부분 주택사업에 의존하고 있는 중견업체들로선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처지여서 박수만 칠 일은 아니다. 더욱이 이들의 해외사업은 변수가 워낙 많아 국내에서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이다. 1조원을 넘는 자금이 들어가기 예사인 개발사업을 하기위해 낯선 국가를 찾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해외사업 여건은 좋지 않은 쪽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은 더 이상 외국자본이 반갑지 않다며 규제정책을 강화한 지 이미 오래다. 베트남 역시 최근 주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행정부에만 맡기지 않고 당 차원에서 개입,각종 위원회에서 만장일치제로 결정을 내리도록 심사·승인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카자흐스탄도 예외가 아니어서 주택 선분양제 대신 1층 이상 지은 후에만 주택을 분양할 수 있게 규정을 바꾸는 등 규제의 문턱을 높이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컨트리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중견업체들은 왜 해외로 나가는 것일까. 여기에는 단순하지만 절박한 이유가 있다. 일감을 확보해 회사를 돌리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는 사업하기가 어려운 만큼 이익은커녕 직원들의 인건비라도 벌 수 있다면 기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해외진출은 어쩔 수 없어서 선택한 비상탈출구라는 얘기다.

특히 주택사업비중이 높은 업체일수록 사정은 더 절박하다. 여당과 정부가 아파트 분양가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주택업체들은 분양가에서 땅값이 거의 60~70%를 차지하는데,여당과 정부가 행정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를 건설하겠다며 전국 땅값을 들쑤셔 올려놓고는 업체가 분양가를 높여 집값을 올렸다며 분양가를 내리라고만 하니 이윤을 낼 생각말고 집을 짓든지 아니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한숨을 쉰다.

40여년간 건설업을 하고 있는 한 노(老)회장은 "주택업체가 한 지역에서는 많이 벌기도 하지만,다른 곳에서는 주택이 안 팔려 큰 손해를 본다는 것은 세금을 물리는 국세청에 물어보면 다 아는 일인데도 건설사가 폭리를 취한다는 일부 여론을 의식해 몰아세우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한탄했다.

여기에 "무리해서 집사지 말라"는 대통령의 신년연설 한마디에 건설사는 힘이 쭉 빠졌다. 분양가 상한제,원가공개 등이 시행되는 올 9월 이전에 아파트를 분양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마당에 연초부터 그런 말이 나왔으니 그럴 만도 하다.

요즘 이런저런 모임에서는 대통령 얘기를 처음 꺼내는 사람에게 그 자리 비용을 다 물린다고 한다. 거론하지 말자는 일종의 묵계다. 그런데도 "내가 다 낼테니 얘기 좀 하고 넘어가자"는 사람이 꼭 나온다니 올해도 대통령은 화제의 주인공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