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액보험 가입자들이 좌불안석이다.

올 들어 주식시장 침체로 펀드 수익률이 신통치 않은 데다 생명보험사들이 변액보험 판매에 적극 나서지 않아 신규 가입자가 큰 폭으로 감소,소액 영세 펀드로 전락할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펀드가 작으면 작을수록 포트폴리오 구성이 어려워져 시장 평균 수익률을 따라잡기가 힘들어진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12개 생명보험사가 판매하는 변액보험 펀드는 222개며 이 가운데 펀드 규모(자산)가 50억원 미만인 소형 펀드는 전체의 39.6%인 88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억원 미만인 영세 펀드도 30개(13.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소액 펀드가 수두룩한 것은 생보사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새로운 상품을 대량으로 내놓았지만 최근 들어 신규 가입이 극히 저조한 탓으로 볼 수 있다.

전체 생보사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신규 가입자의 첫 보험료)는 2006년 1~3월 1조4495억원을 기록한 이후 매분기 감소해 작년 7~9월 6862억원으로 절반 가까이로 줄어들었다.

변액보험은 적립형이어서 시간이 흐를수록 기존 고객의 적립금이 쌓이는 데다 신규 계약자의 적립금까지 보태져 펀드 규모가 커지게 된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대부분의 생보사가 변액보험 마케팅에 손을 놓고 있고,변액보험에 대한 인기마저 시들해지자 신규 고객이 줄어들면서 펀드 영세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 "펀드 규모가 작으면 주식과 채권 투자를 하는 데 제약이 생겨 펀드 운용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결국 수익률 관리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에서 매매 단위는 통상 50억~100억원인데 펀드 규모가 이보다 작으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짜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2005년 말 변액보험에 가입한 회사원 김 모씨(39)는 "펀드가 설정된 지 2년이 됐지만 펀드 규모가 아직 10억원에 못 미친다"며 "펀드 운용이 제대로 되는지,투자수익은커녕 원금은 찾을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변액보험이 좋다고 홍보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천덕꾸러기로 간주하는 바람에 기존 가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꼴"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변액보험은 고객이 납입한 돈(보험료)을 모두 투자하지 않고 보험료의 15~20%를 사업비(설계사 수당 등)로 떼고 나머지만 펀드에 투자한다.

조기 해약하면 원금 손실을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이 가입한 변액보험이 영세 펀드로 전락해 수익률 전망이 불투명해진 고객도 지금 당장 해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생보사 관계자들은 "변액보험은 최소 7~8년 이상 투자해야 원금을 회복하고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계약금을 꾸준히 납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