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이 머니마켓펀드(MMF)에 집어넣은 돈이 사상 처음으로 40조원을 돌파했다.

반면 증권사 고객예탁금은 코스피지수가 800선에 머물던 2년 전 수준까지 떨어졌다.

증시 조정으로 시장을 빠져나온 자금이 빠르게 부동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49조원대까지 줄었던 MMF 수탁액은 이후부터 증가세를 나타내며 이날 현재 58조6527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7월 익일입금제 시행 직전에 발생한 기관의 MMF 환매사태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투자 주체별로 보면 기관은 9월 이후에도 꾸준히 MMF 수탁액을 줄여왔다.

반면 개인의 MMF 투자자금이 증가하면서 전체 수탁액을 늘리는 양상이다.

지난해 9월 말 34조920억원이던 개인 MMF 수탁액은 지난 3일 현재 40조5474억원으로 증가했다.

오는 3월부터 개인도 익일입금제 시행 대상이 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최근 개인들의 MMF 열기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익일입금제가 시행되면 개인은 하루치 이자를 손해보게 된다.

지난해 중순 기관들이 MMF 시장에서 대거 환매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었다.

MMF는 채권 기업어음(CP) 등 주식을 제외한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수시 입출금식 초단기 채권형펀드로 별도의 중도 해지 수수료 없이 돈을 찾을 수 있다.

금리도 은행 보통예금보다 높아 단기 여유자금을 예치하는 수단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개인 자금이 앞다퉈 MMF로 몰려드는 동안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예치해두는 고객예탁금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28일 현재 8조5275억원으로 코스피지수가 880선에 머물던 2005년 1월 수준까지 감소했다.

고객예탁금은 증시가 절정이던 2006년 1월 14조원을 웃돌았었다.

결국 증시 랠리 기간에 들어왔던 개인 투자자금이 증시를 아예 등지거나 국내외 간접투자(펀드)로 돌아선 셈이다.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MMF 수익률이 콜금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인들의 MMF 쏠림 현상은 이례적"이라며 "최근 증시 침체와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협회 관계자는 "부동산과 증시 전망 등이 불투명해지자 개인들이 일단 MMF 등 단기자금 형태로 운용하며 시장을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해석했다.

이 밖에 개인 MMF 수탁액 증가는 자산관리계좌(CMA)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CMA 상품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직장인의 월급통장 대용으로 크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상품은 대부분 MMF나 환매조건부채권(RP) 등에 투자된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초 17조원에 머물던 RP 잔액은 12월 들어 크게 증가하며 19조원에 달했으며 1월 초에는 21조원을 넘어섰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