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중단됐던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DDA) 협상이 재개되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통상 각료들은 '즉각 전면 재개'라는 정치적 원칙에만 합의했을 뿐 협상 중단의 핵심 원인이었던 농업 보조금 감축(미국) 및 농산물 관세 감축(유럽연합·EU)과 관련된 이견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음주 본격화되는 협상에서 과연 타결의 돌파구를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이번 DDA 협상 재개로 부시 미 행정부가 무역촉진권(TPA) 연장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사실상의 TPA 만료 시한인 3월 말을 목표로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DDA 여전히 불투명

DDA 재개 합의로 다음주부터 미국과 EU 브라질 인도 중국 등 주요 협상국 간의 양자 협상과 제네바에서의 실무급 다자 협상이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DDA 타결을 가시화하려면 우선 두 가지 걸림돌을 넘어야 한다.

먼저 3월 말~4월 초까지 최대 쟁점인 농업 보조금 및 관세 인하에 관한 결정적인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그런 다음 부시 미 행정부는 그 내용을 가지고 야당인 민주당 주도의 미 의회를 설득해 6월 말로 종료될 예정인 TPA를 연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이뤄져야 151개 WTO 회원국은 본격적인 DDA 협상에 나설 수 있다.

TPA가 연장되지 않으면 미국이 DDA에서 '빠진다'는 의미여서 협상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가 구체화될지는 낙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부시 행정부가 TPA를 연장하려면 3월 말까지 미 의회에 연장 신청을 해야 하는데 현재의 복잡한 상황을 감안할 때 그 때까지 돌파구를 마련하기가 여의치 않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미국과 EU가 고위급에선 협상 타결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농업 보조금 및 관세 인하 등 핵심 쟁점을 놓고는 여전히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협상 전망을 낙관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한·미 FTA에도 메가톤급 영향

DDA 협상 재개로 미국의 TPA가 연장될 가능성은 크게 높아졌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부시 대통령이 조만간 의회에 TPA 연장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TPA가 연장되면 한·미 FTA 협상에도 메가톤급 영향을 줄 수 있다.

DDA 협상 시한뿐 아니라 FTA 시한도 같이 연장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협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핵심 쟁점을 두고 교착된 상황에서 협상 시간을 벌 수는 있겠지만 '3월 말까지 반드시 타결해야 한다'는 모멘텀을 잃을 수밖에 없어 예상 밖의 장기전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더 크다.

한국의 경우 '왜 이리 서둘러 맺어야 하느냐'는 반대도 많은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미 민주당이 새 TPA 법에 노동이나 환경 규정 강화를 넣을 경우 더욱 힘든 협상이 될 수도 있다.

또 TPA를 연장해 주면서 'DDA 협상에 국한한다'는 등 조건을 붙일 수도 있다.

이 같은 변수 때문에 외교통상부는 가급적 현재의 TPA에 맞춰 협상을 끝내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웬디 커틀러 한·미 FTA 미국측 수석 대표도 지난 15일 TPA 연장과 관련,"모든 것이 불확실하며 TPA가 연장되더라도 의회의 요구 조건 등 구체적인 형태는 알 수 없다"면서 "현재 TPA에 의해 주어진 시한에 맞춰 협정을 체결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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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TPA(Trade Promotion Authority)란

통상 협상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미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하는 권한으로 '패스트 트랙(Fast Track)'으로도 불린다.

TPA하에서 의회는 행정부가 체결한 협정을 수정할 수 없으며 찬반 여부만 결정할 수 있다.

현재 미 행정부에 부여된 TPA는 2007년 6월 말 만료된다.

TPA 법에 의하자면 협상 체결 의사가 있을 경우 행정부는 만료 90일 전(4월1일)까지 미 의회에 통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