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선도하려 들지 않고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고 싶었습니다.

인간 내면이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는 외모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단면이지요.

관객들도 이 점에 공감한 듯싶습니다."

코미디 영화로는 역대 최고인 620만명 관객을 돌파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김용화 감독(36)은 데뷔작 '오 브라더스'(315만)에 이어 이 작품까지 단 두 편의 영화로 1000만 관객을 바라보게 됐다.

KM컬쳐가 제작한 이 작품은 흥행 예상수입 210억원(예상)에서 총 제작비 60억원을 공제하면 순이익이 무려 150억원 안팎에 달할 전망이다.

"두 작품이 모두 관객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아 쑥스럽기도 하고 힘도 납니다.

'오 브라더스'와 마찬가지로 '미녀는 괴로워'도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전달했습니다.

주인공인 뚱보 한나는 전신 성형수술 끝에 아름다운 외모를 갖게 되지만 정체성마저 잃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고민하고 되찾으려는 노력이 따랐기 때문이지요."

그는 이런 메시지를 담기 위해 스즈키 유미코의 만화 원작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각색했다.

원작에서는 주인공의 뚱보 시절이 없다.

그저 성형수술 후 애인에게 사실을 고백해야 할까 말까하는 개인적인 문제로 번민했다.

그러나 여기서는 뚱보였던 과거사를 도입해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로 확대했다.

"모든 사람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원작에 없던 한나의 뚱보 시절을 25분 동안이나 보여줘 그녀의 행동에 당위성을 제공했지요.

그녀는 후반부에 자기 정체를 고백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데,이때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냈습니다."

그 결과 이 영화는 코미디물이지만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신다.

젊은 층은 물론 40대 이상 중장년층 관객의 발길 또한 잦다.

"배우들의 호연도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어요.

특히 한나 역의 김아중은 슬픔의 저점에서 환희의 정점까지 커다란 감정의 스펙트럼을 잘 표현했어요.

덕분에 김아중은 주연 데뷔작으로는 한국영화 사상 가장 많은 관객동원 기록을 세웠지요."

그는 이번 학기부터 모교인 중앙대에서 '영화연출분석론'을 강의한다.

단순히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복기를 통해 스스로 공부하고 싶어서다.

그는 앞만 보고 달려온 삶을 되돌아보고 인간다운 삶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