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7.5% 세금 수입의 2.9% 직접고용 8만3000여명 협력사 포함한 고용 효과는 측정 불가능.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일각에서는 '우리 경제가 너무 삼성에 의존하는 게 아니냐'며 '삼성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냈을 정도다. 하지만 거꾸로 삼성 같은 기업이 더 많이 생겨야 우리 경제가 견실하게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포지셔닝 트랩(positioning trap)을 벗어나려면 우리 경제는 모험심과 창의력을 동시에 높여가야 한다. 그중 모험심은 미래를 내다보고 하는 투자다. 투자의 주체는 기업.

그중에서도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초우량 기업의 투자가 파급력이 크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많이 생기면 중소기업도 해외에 동반 진출,자연스럽게 글로벌 경험을 쌓을 있게 된다.

국내에 생산시설을 가지고 들어오는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상당수는 초대형 기업에 의해 좌우된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일본 등 해외 반도체 및 LCD(액정표시장치) 부품업체 유치는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있기에 가능하다.

◆ 거대 기업 많아야 GDP도 증가

초대형 기업이 한 국가의 경제를 책임지는 사례는 적지 않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이 대표적이다. 에릭슨 일렉트로룩스 ABB 스카니아 사브 아스트라제네카 등 세계적인 기업들을 거느린 발렌베리는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스웨덴증권거래소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한다.

발렌베리 그룹이 없었다면 세계 최고의 복지 국가인 스웨덴이 지금과 같은 경제적 번영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이 같은 초대형 기업의 수는 한 국가의 경제규모와 뚜렷한 비례 관계를 갖는다.

포천 500대 기업에 포함된 한국 기업 숫자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째 제자리걸음(12개사)이다.

같은 기간 중국에서는 포천 500대 기업이 10개에서 20개로 늘어났다.

2010년께면 글로벌 1000대 기업 중 25%가 아시아 기업이 될 것(비즈니스위크)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10∼15년 이내에 500대 기업에 들어가는 초대형 글로벌 기업을 30개 정도는 더 만들어야 한국이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희망이 있다"(IBM 염승섭 상무)는 지적이다.

첨단 IT(정보기술) 서비스를 통해 단기간 내 세계적인 업체로 부상한 미국 구글 등의 사례에 비춰볼 때 IT 강국인 한국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얘기다.

◆ 규제를 풀어 기업 성장 도와야

한국 기업들이 초대형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선 덩치 키우는 것을 죄악시하는 풍토부터 없애야 한다.

안그래도 위축된 내수경기 때문에 투자를 꺼리고 있는데 출자총액제한제도나 순환출자금지제도 같은 사전규제로 발목을 잡으면 안된다는 얘기다.

이런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세계적 추세에 맞게 사후규제로 전환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붐'이 일고 있는 기업 인수·합병(M&A)에도 우리 기업들이 적극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예를 들어 석유화학업계는 2008년부터 시작될 경기 급락에 대비하기 위해 M&A를 통해 몸집을 키워야 하지만 공정위의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세계를 상대로 뛰고 있는 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선 정부와 정치권도 시야를 세계로 넓혀야 한다.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도가 높다는 주장은 따지고 보면 허구에 가깝다.

우리나라의 포천 500대 기업 총 매출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5%.프랑스(75.9%) 영국(69.8%) 미국(54.4%) 독일(52.4) 등 선진국에 비해 결코 높지 않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이나 홍콩,독일,영국 등은 사후적 규제에 집중하고 있다.

사후적 규제는 신기술 신사업을 일단 허가해주고 나중에 사회적 경제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규제하는 것이다.

이런 사후적 규제는 새로운 산업을 발달시키고 신기술 상업화를 촉진하며 신속한 기업의 의사결정을 유도한다는 장점이 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도는 선진국 그룹과 비교해 낮은 편인데도 대기업에 대한 편견이 여전하다"며 "세계 경제가 소수의 일류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고 우리도 잘 살려면 더 많은 대기업이 일류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