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한 시중은행 본점 창구. 한 거액 자산가가 1kg짜리 골드 바 100개를 주문했다.

1kg짜리 골드 바의 가격은 2000만원. 따라서 100kg은 20억원에 달하는 액수다.

그는 골드 바를 차곡차곡 가방에 담아 승용차에 싣고 사라졌다.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휘청거리면서 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안전 자산 투자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달러화 약세 현상도 금 투자를 촉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1kg짜리 금괴 20억원어치 주세요" ...달러 약세에 金투자 인기
금을 직접 사거나 금에 간접 투자하는 신한은행의 '신한 골드리슈' 신규 판매량은 지난해 11월 180kg(36억원 상당)에서 12월엔 303kg(60억원)으로 급증한 뒤 올 들어 지난 26일까지 이미 지난해 12월 판매액을 넘는 343kg(68억원)을 기록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분산투자 차원에서 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왜 인기 끄나

금은 경기가 부진하거나 정세가 불안할 때마다 위험 자산을 회피하는 투자자들이 몰려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또 금 가격은 또 다른 안전 자산인 미국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오히려 오르는 특성을 갖고 있다. 금이 달러화의 대체 투자처로 인식되는 까닭이다.

금 국제 시세는 작년 5월11일 25년 만에 최고가(온스당 721.50달러)를 기록하는 등 작년 한햇동안 30%가량 상승했다. 올해도 달러화 약세 추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값의 상승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세계적 투자 전략가인 마이클 파버는 지난 8일 블룸버그 TV와의 회견에서 "채권과 주식 부동산 등 세계 자산 시장이 조정 국면에 직면했다"며 "이제는 금에 투자할 때"라고 밝히기도 했다.


○'절대 안전자산' 편견 버려야

개인이 국내에서 은행을 통해 금에 투자하는 방법으로는 금(골드 바)을 직접 구입하는 방법과 실물 없이 통장을 통해 적립하거나 매매하는 방법,또는 금 관련 기업이나 지수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하는 방법 등이 있다.

금 실물에 투자하는 상품으로는 신한은행의 '골드리슈'와 기업은행의 '윈 클래스 골드뱅킹'이 있다. 실물 거래 없이 통장 방식으로 금을 적립하거나 매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금적립'은 1g 이상의 금값에 해당하는 금액을 적금처럼 소액 투자하는 상품이다. 일부 은행에선 전 세계 금광업 관련 주식에 분산 투자하는 소위 '골드 펀드'도 판매 중이다.

금도 다른 투자와 마찬가지로 '묻지 마 투자'는 금물이다.

김은정 신한PB고객부 팀장은 "금이 '절대 안전자산'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며 "금도 가격 변동성이 심한 자산으로 지난해의 경우 금값이 단기간에 20% 이상 오르내렸을 정도로 위험이 많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수요자가 아니라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자산의 10% 정도만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국제 금값은 미국 달러화를 기준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선물환 계약을 통해 환율변동 위험을 피하는 것이 좋다. 또 금 실물을 사고 팔 때는 수수료와 세금 등 추가 비용이 든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