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출산·고령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 중인 저출산 대책(일명 '새로마지플랜 2010')이 극히 비효율적이어서 당초 목표했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0년까지 무려 19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지만,실질적인 총괄부처 없이 각 부처가 중구난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다 예산 집행도 초점 없이 '백화점식'으로 이뤄지고 있어서다.

중복 투자라는 비난과 함께 수혜자들도 '감동 없는 대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을 정도다.

저출산에 따른 사회·경제적 위기상황을 감안할 때 저출산 관련 조직 및 예산 내용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중구난방식 사업 추진

중구난방식 사업 추진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1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07년도 예산안 분석' 자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청소년위원회 여성가족부 교육인적자원부 등 4개 부처가 비슷비슷한 성격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제각각 추진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원방식 대상 등에서 부처 간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재정운영의 효율성 측면에서 각 부처가 통합·조정된 사업계획을 수립해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부처들에서도 업무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우리 부(복지부)에서 지역아동센터를 늘리면 여성가족부도 '거점 육아센터' 같은 것을 만들겠다고 하는 식"이라며 "총괄부서가 이런 중구난방식 업무를 조정만 해도 예산의 상당부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각 부처의 방과후 프로그램엔 총 1365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 효율성보다는 힘겨루기

최은영 충북대 교수(아동복지학과)는 "출산·보육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가 없이 각 부처가 나눠하다 보니 협조체계보다는 무분별한 경쟁체계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출산·보육 우수기업에 대한 정부 시상제도의 경우 여성가족부가 '가족친화기업 대상'이라는 이름으로 대통령상 등을 주고 나면 보건복지부가 똑같은 수준의 상을 '출산·육아 친화기업'이라는 이름으로 주는 식이다.

또 복지부가 범정부 차원의 '새로마지 플랜 2010'을 발표하자 곧이어 여성가족부가 별도로 '새싹플랜'이라는 이름으로 보육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해 국민을 헷갈리게 하고 있는 것들도 같은 맥락의 사례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일이 중복되다보니 관련 부처들끼리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해 자원배분회의 때는 유시민 복지부 장관과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이 아동수당 및 보육예산을 놓고 얼굴을 붉힌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 감동 줄 수 있는 대책 고민해야

최숙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확실한 총괄 부처를 두고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복지부 산하의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를 장·차관급의 독립기구로 승격시켜 타 부처를 총괄할 수 있는 힘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각 부처에서 비슷비슷한 업무를 관장하는 팀 또는 과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울러 백화점식으로 나열돼 있는 저출산 대책에 포인트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저출산대책 예산(2조1445억원) 중 65.8%가 미취학 아동 보육료와 교육비로 지원되고 있고,나머지는 △민간 보육시설 기본보조금 지원 △방과후 학교 지원 △출산휴가 급여 지원 등에 골고루 나눠 집행됐다.

보육료 지원 빼고는 별다른 포인트가 없는 셈이다.

특히 보육료 지원도 저소득층 위주로 이뤄지는데다 직접 지원방식이 아니라 시설에 대한 지원방식이어서 수혜자들이 어떤 혜택을 보고 있는지 실감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획처 관계자는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도 출산가정에서는 늘 '뭘 해줬느냐'는 식의 불만을 얘기하고 있다"며 "예산을 직접 지원방식으로 바꾸는 문제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