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펌 업계의 '2위 싸움'이 심상치 않다.

김&장이 1위를 독주하는 가운데 광장 태평양 화우 세종 등 2∼5위권 업체들이 몸집 불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전문인력 확보와 대형화에 앞장서야 생존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절박감에서다.

○세종,공격 앞으로

2위 전쟁의 포문을 연 곳은 법무법인 세종이다.

지난해 가을 취임한 김두식 대표변호사는 신년 경영목표로 '확실한 2위 로펌 위치 구축'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당장 1위로 올라서기 어렵다면 2위라도 차지해 소속 변호사의 기를 살리고,대외적으로도 위상에 걸맞은 대접을 받겠다는 것.이를 위해 세종은 2월 중 사법연수원과 군법무관을 마친 새내기 변호사 20여명을 영입하고 경력 변호사 충원에도 나서 올해 모두 40여명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국내 변호사 숫자 160여명으로,양적인 2위 달성이 가능해진다.

김 대표변호사는 "건강한 '이종교배'가 강한 개체를 만든다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라며 "인재 영입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83년 3월 출범한 세종은 한때 김&장과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했으나 후발업체들이 전문화,대형화에 적극 나서면서 현재 국내 변호사 기준으로 5위권으로 밀려났다.

소속 변호사 숫자에 근거한 업계 순위는 로펌들의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에 무리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지만 세종은 외형을 포함한 전 부문에서 2위로 올라선다는 방침이다.

○광장·태평양,2위권 수성에 자신

광장과 태평양은 "숫자 싸움은 의미가 없다"고 폄하하면서도 세종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광장과 태평양은 올해 20명 안팎의 변호사를 추가 영입하는 한편,전문화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광장의 이태희 대표 변호사는 "법률시장이 개방되는 마당에 국내 2위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면서도 "전문 영역에서 차별화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2위 수성에 강한 애착을 내비쳤다.

광장은 지난해 유력 해외 법률저널인 '아시아로'로부터 한국 로펌 가운데 종합 선두를 차지해 국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판단 아래 기업 금융 송무 지식재산권 등 4개 분야에 전문인력을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태평양은 "외형과 변호사 1인당 매출액은 태평양이 선두권"이라며 역시 2위권 유지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정훈 대표 변호사는 "인재양성,가치집단,선진제도 경영이라는 태평양의 3대 핵심역량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태평양은 올해 사법연수원 수료생 14명과 경력직 변호사 5명 등 20명을 영입했으며 신입 변호사들은 연수원 성적 상위 10% 범위 내에서 선발했다고 밝혔다.

중국 일본 등 해외 사무소 진출에 가장 앞선 태평양은 올해도 베트남에 사무소를 내고 이어 국내 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사무소 개소를 추진하는 등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화우,2단계 전문화 추진

단기간의 잇따른 합병으로 급성장한 화우도 올해 15명 안팎의 변호사를 추가 영입하는 등 성장 정책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윤호일 대표변호사는 "전문성 강화가 경쟁력 강화라고 판단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인력을 충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합병 이후 25개 분야에 대한 전문화를 적극 추진한 화우는 다음 달부터 2단계 전문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외국 로펌처럼 세부 분야에까지 전문 변호사를 확보한다는 전략.예컨대 그동안 강점을 가진 공정거래 분야도 카르텔,기업결합 심사,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공정위 조사나 심결 절차,공정위 관련 소송 등으로 세분화해 전문인력을 기르겠다는 의도다.

화우는 특히 5명이 맡아 하던 로펌의 행정실무를 한 사람이 집중적으로 맡는 'AMP(Administrative Managing Partner)'체제를 갖추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AMP 변호사는 업무에서 손을 떼고 행정업무에만 전념한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