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계열사 부채탕감 로비의혹과 관련해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만 무죄가 선고되고 박상배 전 산은 부총재 등 나머지 관련자 모두에게 유죄가 선고돼 검찰의 부실수사 여부가 논란을 빚고 있다.

변양호 전 국장은 29일 현대차 관련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무죄선고와 관련,"공명심에 불타는 검찰의 부실수사 때문으로 무죄는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변씨의 고교 동창이자 변호인인 노영보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도 "검찰이 변 전 국장을 뇌물수수 사건으로 구속해 무려 144일 동안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했다"며 "별건 사건으로 구속해 본건 사건을 수사하는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재판은 현대차측의 의뢰를 받은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가 관련자들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진술의 신빙성 여부가 쟁점이 됐다.

수사 초기 혐의를 부인하던 김 전 대표는 6차례에 걸친 검찰의 집중 심문을 통해 뇌물을 줬다며 진술을 번복했고 피고들은 받은 적이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현금 2억5000만원을 전달하는 데 쓰인 007가방 및 샘소나이트가방 등 3개를 들 수 있는지 검증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재경부 공무원들이 증거조작을 시도했다는 논란도 있었다.

법원은 "김씨의 과천 정부청사 출입기록에 대한 신빙성이 떨어지며 김씨는 변씨와 만났다는 일식집과 술집을 특정하지 못했다"며 변 전 국장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박상배 전 산은 부총재 등 나머지 관련자 모두에 대해서는 "당초 현대차측은 계열사 채무탕감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음에도 김씨가 개입한 후 의도한 대로 상당한 채무탕감이 이뤄졌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김씨의 진술이 "실제 경험하지 않고는 진술이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었다"는 이유에서다.

변 전 국장의 무죄선고는 앞으로 예정된 론스타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검찰은 변 전 국장이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공모해 외환은행을 헐값 매각했다는 입장인 반면 변 전 국장은 당시 경제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어서다.

검찰은 1심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기로 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 사건 본질은 현대차그룹이 산은 자산공사 등 채권단 경영층을 상대로 불가능한 부채 탕감을 받을 목적으로 로비를 벌여 성사시킨 것이고 재판부도 관계자 대부분에 대한 유죄 선고로 이를 인정했다"며 부실수사 논란을 반박했다.

채 기획관은 "변 전 국장이 제시한 알리바이가 검찰측이 추가 제시한 근거에 의해 깨졌음에도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것은 사실오인이며 산은 임직원들의 배임혐의도 항소를 통해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