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우우우우~~~" 하는 전화 연결음과 함께 펼쳐지는 파란 바탕에 하얀 글자….30대나 40대라면 누구나 PC통신의 추억을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이동 중에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지금도 PC통신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등 'PC통신 삼형제' 중 둘째격인 하이텔이 다음 달 서비스를 종료한다.

하이텔을 운영해온 KTH는 최근 게시판에 '다음 달 28일자로 서비스를 끝내겠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1986년 한경 프레스텔로 시작해 한때 천리안과 함께 PC통신 맏형 자리를 놓고 다퉜던 하이텔이 마침내 사라지게 됐다.

이대호 KTH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한 달 접속자가 200여명에 불과하고 수익이 나지 않아 사업을 접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이텔 가입자는 2000년 200만을 정점으로 급격히 줄어 지금은 4만에 불과하다.

월 접속자는 200명 수준.이에 KTH는 하이텔 마니아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서비스 종료를 검토해왔다.

하이텔 서비스가 완전히 끝나면 게시판 등 일부 서비스는 KTH가 운영하는 파란닷컴으로 이전한다.

PC통신의 마지막 흔적까지 인터넷 서비스에 통합되는 셈이다.

KTH는 이미 하이텔에 축적된 많은 데이터를 파란닷컴으로 옮겨놓은 상태다.

천리안은 일찌감치 인터넷 포털 '철닷컴'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그러나 아직도 PC통신 서비스를 하고 있다.

천리안을 담당하는 데이콤MI는 현재로선 수익보다 비용이 더 들어 적자를 내고 있지만 당장 서비스를 접을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

대학생들이 채팅이나 '번개' 용도로 즐겨 찾았던 나우누리도 사정은 비슷하다.

나우누리를 운영하는 나우S&T의 최동준 과장은 "1만명의 가입자가 내는 월 7700원의 요금이 수익의 전부"라며 "관리비가 더 들어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이텔이 서비스를 끝낸다고 공지하자 많은 이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직장인 이세훈씨(35)는 "전에는 2메가짜리 음악 파일을 내려받는 데 30분이나 걸렸다"며 "부모님이 전화요금 많이 나온다며 PC통신을 못 쓰게 해 난리가 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PC통신 동호회 활동에 빠져 전화요금이 15만원이 나와 엄마한테 야단맞았다"고 회고했다.

다른 네티즌은 "PC통신에서는 신상이 드러나기 때문에 회원끼리 서로 예의를 지켰다"며 욕설이 난무하는 요즘 인터넷 문화를 꼬집었다.

PC통신은 2000년 가입자 700만을 정점으로 급속히 퇴조했다.

월정액으로 무제한 쓸 수 있고 전화 사용에 제약을 주지 않는 인터넷에는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를 선도하는 등 우리나라 정보기술(IT) 발전에 크게 기여한 건 사실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