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이후 10여년 만에 2기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조기건설 방침을 밝히고 있으나,졸속개발을 우려하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과거 1기 신도시 건설을 서두르면서 불거졌던 건자재 파동 등의 부작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2기 신도시는 '선(先)계획 후(後)개발' 원칙에 따라 건설하겠다는 방침이 동탄신도시에서 보듯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기 때문이다.

동탄에 이어 김포 판교 등 다른 8개 2기 신도시들의 입주가 2008년부터 시작된다는 점에서 아파트 조기분양 및 건설과 함께 신도시에 기반시설을 제때 공급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동탄ㆍ판교ㆍ파주 등 2기 신도시는 모두 '선계획-후개발' 원칙 아래 개발되고 있다.

도시관리계획ㆍ토지이용계획ㆍ광역교통계획 등이 수립된 후 본격적인 개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다수 신도시의 경우 교통망 등 기반시설이 제때 갖춰지지 않아 입주 초기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교통망 확충 계획은 큰 문제다.

당장 내년 말 입주하는 판교의 경우 신분당선 전철과 서울~용인간 도로 등의 건설 일정이 1년 이상 지체되고 있다.

신분당선은 2010년 이후에나 개통이 가능하며,서울~용인 간 도로 역시 내년 말 완공이 어렵다.

소음ㆍ환경피해를 호소하는 지역 주민들의 집단민원과 정부ㆍ지자체의 예산 부족이 원인이다.

입주 초기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일례로 토지공사가 용인 동백지구 내 '쥬네브' 쇼핑몰 사업에 직접 참여했지만,입주 1년이 지나도록 상가 개점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서울 강남에서 충청권으로 이어지는 길목마다 '징검다리식' 신도시 개발이 한창이다.

송파ㆍ판교ㆍ광교ㆍ동탄ㆍ평택ㆍ아산 등 서울~행정복합도시 사이에만 300만~600만평 규모의 신도시 6곳이 개발되고 있다.

문제는 신도시 주변에 어김없이 난개발이 진행 중이란 점이다.

민간 건설사뿐만 아니라 토공ㆍ주공 등 공기업도 동참하고 있다.

예컨대 판교~평택 사이에 개발되는 20만~100만평 규모의 택지지구만 해도 성남 도촌,용인 죽전ㆍ수지ㆍ동백ㆍ구성ㆍ흥덕,수원 영통,화성 동지,오산 세교,오산 궐동 등 10여개에 달한다.

박용석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에 개발제한구역이 워낙 많다보니 이를 피하기 위해 징검다리식 개발이 이뤄진 측면도 있다"면서 "포도송이식 개발에 따른 국가적 비용이 막대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신도시 입주 초기 광역교통망 정비가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도로계획과 동시에 예산확보 문제를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토공 관계자는 "도로개설 분담금을 누가 얼마나 부담하느냐를 놓고 씨름하다 도로 개통이 늦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신도시 주변 난개발과 신도시가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거대신도시 계획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최재덕 건설산업연구원장은 "20만~30만평짜리 택지지구를 20개 개발하는 것보다 500만평짜리 신도시 하나를 개발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문가는 "도시 자족기능ㆍ광역교통ㆍ주변 집값 자극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아예 처음부터 1000만평 이상을 신도시 예정지구로 지정해놓고 수요가 있을 때마다 순차적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