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29일 예정돼 있던 의료법 개정안(시안) 발표 일정을 무기 연기했다.

의사협회와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 의료단체들이 발표 내용을 일주일 더 협의한 후 발표하자고 요청해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의료계가 파업 등 실력 행사 기미를 보이자 정부가 일방적으로 끌려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정부가 이해 당사자들과 충분히 더 논의하겠다는 것으로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보는 핵심은 의료법 개정안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고,왜 발표가 연기됐는지 그 배경을 살피는 데 있지 않을까 한다.

알려져 있다시피 의료법 개정안은 △병원에서 양의사·한의사·치과의사에게 모두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협진체계를 허용하고 △성형 치과치료 등 비급여 진료의 가격 게시를 의무화해 환자들이 병원을 비교·이용할 수 있게 하는 등 환자 편익을 크게 개선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불법 행위를 한 의사들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약사 간호사 유사의료행위자들에게 시장을 빼앗길 수 있는 조항도 들어 있다.

34년 만에 환자 위주로 법 체계가 대폭 손질되는 것이다.

의사들은 이에 대해 6개월 넘게 토의한 후 발표에도 합의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판에 '전면거부' '파업·단식 결행' 등 강경 대응 방향으로 돌아섰다고 한다.

'얘기를 잘 해놓고 왜 그랬을까'하는 의문이 남는다.

의사협회측은 "그동안 논의과정을 지켜본 결과 의료법 개정안이 의사들을 규제하기 위한 '족쇄법'이라는 판단에 따라 강경대응키로 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 실무 담당자는 "앞으로 입법예고 등의 절차를 거치면서 조정할 수 있는 데도 무조건 실력저지로 나가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료법 개정 실무작업반에 참석했던 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의약분업사태 등을 통해 의사들은 자기들이 입맛에 맞지 않으면 무조건 실력저지로 관철하려는 관성이 붙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걸핏하면 파업 협박을 하는 의사들의 관행에 국민들이 얼마나 공감해 줄지 의사들은 여론조사라도 해야 할 것이다.

박수진 경제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