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네츠(botnets)'와 '아바타(avatar).'

올해 정보기술(IT)계의 흐름을 이끌 키워드들이다.

아직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웹3.0'과 달리 이미 현실적인 힘으로 떠오른 키워드라 할 수 있다.

지난 28일 폐막한 다보스 포럼에서도 이 두 가지 키워드에 주목해 관심을 모았다.

봇네츠란 해커들이 트로이 목마처럼 PC에 침투시켜 놓은 트로이 바이러스 프로그램이 퍼지면서 해커의 영향권 아래 놓인 컴퓨터 네트워크를 말한다.

다보스 포럼에서는 이미 수백만대의 PC를 통제하고 있는 봇네츠가 인터넷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았다.

인터넷의 아버지 중 한 사람인 빈트 처프는 "인터넷에 접속하는 컴퓨터 수는 현재 6억대 정도인데 이 중 4분의 1 정도는 봇네츠에 속해 있다"며 사이버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전염병 퍼지듯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점이 특히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봇네츠는 특히 PC 사용자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스팸 메일을 보내고 온라인 사기의 발원지가 된다.

뉴욕타임스에 기고하는 과학담당 기자인 존 마코프도 "상상 이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인터넷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봇네츠는 또 자신들의 행동반경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옥스퍼드대 인터넷 지배구조를 강의하는 조너선 지트란은 "익명성은 물론 가치있는 것이지만 위험성 또한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국제통신연맹(ITU)의 해머던 투르 사무총장 등 전문가들은 웹의 존속을 위해 하루빨리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으로는 윈도 같은 운영체제가 허술하게 설계돼 사이버 범죄자들이 손쉽게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마코프는 "이제 막 나온 윈도 비스타의 해적판이 버젓이 중국에서 유통되고 있는데 이들 해적판 OS의 절반가량에는 이미 트로이 바이러스가 침투된 상태일 것"이라고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다음 키워드인 아바타는 그 용어가 출현한 지는 꽤 됐다.

하지만 세컨드 라이프와 같은 가상현실 사이트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더욱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아바타가 과연 엔터테인먼트 산업,전자상거래,인간의 사회적 상호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세션 참석자들은 항상 새로운 출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아바타가 크게 어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이나 위키피디아,각종 블로그에 자신과 관련한 잘못된 정보가 올라 있을 경우 이를 수정하거나 벗어나기가 사실 쉽지 않다.

회사도 마찬가지고 브랜드도 그렇다.

하지만 아바타를 통하면 완전 새로운 삶과 스토리를 다시 써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존 게이지 부사장은 아바타가 실제 세계에서는 이뤄지기 힘든 사회적 관계를 아주 잘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또 경영자들과 정치 지도자들은 벌써 이 값싼 도구를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국 카포 엔터프라이즈 사장인 미첼 카포는 "앞으로 20년 안에 가상현실은 지금의 이메일처럼 일상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신체 장애인들에게 가상현실은 새로운 삶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왕립기구의 바로니스 그린필드는 주의를 당부했다.

사람들이 가상의 정체성과 실제 자기의 정체성 사이에서 혼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인드는 실제이든 가상이든 외부 세계와의 교류를 통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자신이 가상세계에 의해 변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