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롯데캐슬 아이비' 부녀회 강의실.

아파트 주민 30여명이 한 와인 소믈리에 강의에 흠뻑 빠져 있었다.

와인 고르는 법 등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이날 강의는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이 여의도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개최한 무료 출장 강의였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빅3'의 '여의도 고객' 쟁탈전이 치열해졌다.

'한국판 맨해튼'으로 불리는 여의도는 대표적인 중산층 밀집지대.전통적으로 중소기업 사장과 전문직 종사자,대기업 임원이 많이 살고 있는 데다 최근 재건축을 통해 고가 주상복합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을 대표하는 백화점이 없어 롯데 명동점,현대 압구정점,신세계 강남점으로 '쇼핑루트'가 분산돼 있다.

백화점들이 여의도 고객 유치전에 나서는 배경이다.

현대는 '출장 강좌'로,신세계는 입주단지의 샘플하우스 공략에,롯데는 할인쿠폰 발송 등이 공략 포인트다.

◆현대,문화마케팅으로 고객 유혹

현대백화점은 작년 말 여의도에 사는 현대백화점 카드 회원 1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예상 밖으로 나와 놀랐다.

응답 고객의 65%가 여의도 가까이 있는 현대 목동점이나 롯데 영등포점을 이용하지 않고 롯데 소공동 본점과 신세계 본점,그 보다 먼 강남권 백화점에서 쇼핑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현대 목동점 이용고객은 20% 수준에 불과했다.

현대백화점은 곧바로 여의도 고객 챙기기에 나섰다.

문화시설이 부족한 지역의 특성을 감안,출장 문화강좌를 기획했다.

여의도 내 주요 아파트단지를 돌며 매주 1회 문화강좌를 여는 '문화마케팅'이다.

현대는 기존 문화센터 강의 중 요리 와인 건강 인테리어 등 선호도 높은 강좌를 전진배치해 운영하고 있다.

엄익수 현대백화점 목동점 판매기획팀장은 "출장강의 대상 아파트를 늘리고 영화 시사회 등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샘플하우스 공략

신세계도 올해부터 강남점과 본점 두 곳에서 벌여오던 여의도 마케팅을 본점에서 직접 챙기기로 했다.

신세계의 여의도 마케팅은 신규 아파트 입주 시기를 노린 '샘플하우스' 마케팅과 DM(direct mail)발송 확대로 요약된다.

신규 아파트단지 입주 시기에 샘플하우스를 설치,신규 입주자들의 가전·가구 수요 등을 유치하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또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행사 쿠폰이나 사은품 교환 쿠폰이 동봉된 DM 발송에 들어갔다.

김원삼 신세계백화점 본점 마케팅팀 과장은 "현재 본점 매출에서 여의도 상권의 매출 비중은 3%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다양한 주거시설이 잇달아 들어서고 있어 이 지역을 겨냥한 마케팅 활동을 더욱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DM 발송 등으로 대응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는 고객 중 여의도 주민의 비중은 2%대.그러나 백화점을 이용하는 여의도 주민의 11%가 롯데백화점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여의도 고객의 2006년 구매금액은 전년보다 25% 증가했고,구매고객 수는 31% 늘어났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여의도 고객들이 본점에서 구매하는 금액이 전체 고객 평균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구매 비중도 꾸준히 늘고 있어 여의도 주민들을 위한 DM,쿠폰북 발송 등 개별 마케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