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펀드로 유입되는 시중자금의 80% 정도가 이머징마켓 증시에 편중 투자되고 있어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비중이 절반이 넘는 등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변동성이 작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미국 유럽 등 선진 증시 투자 비중은 20%를 조금 웃도는 선에 그치고 있다.

◆ 선진국 비중 20%대에 불과

30일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2006년 말 현재 해외 펀드(해외 운용사의 역외펀드 포함)에 투자된 자산은 25조609원으로 2005년 말(9조4318억원)에 비해 1년 만에 15조원 넘게 불어났다.

이 가운데 이머징마켓 투자 비중은 2005년 말 61.1%에서 1년 만에 77.1%로 수직 상승했다.

특히 중국에만 투자하는 펀드의 비중은 작년 말 31.99%로 전체 해외펀드 자산의 3분의 1에 육박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3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인도 베트남 동유럽 등 다른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펀드도 45.11%에 이른다.

하지만 변동성이 낮은 선진 증시에 들어간 돈은 22.9%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 증시 투자 펀드 비중은 2005년 말까지만 해도 39.9%에달했었다. 대부분 자금을 선진 증시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의 경우 2006년 말 비중은 9.71%로 1년 전(20.80%)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특히 미국 펀드 비중은 0.57%로 2005년 말 2.87%의 5분의 1로 추락했다.

유럽 펀드도 2005년 말 1.88%에서 2006년 말 0.98%로 반토막 났고,일본 펀드는 12.66%에서 10.64%로 소폭 감소했다.

◆ 이머징과 선진 증시에 분산투자해야

이머징마켓 일변도의 투자 행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허진영 제로인 애널리스트는 "과도한 이머징펀드 편중은 위험 분산이라는 해외 펀드 본래의 투자 목적과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는 "이머징 시장은 성장 속도가 빠르지만 발전 과정에서 거의 필연적으로 금융위기를 겪는다는 게 지금까지의 경험"이라며 "무분별한 '몰빵'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태 대투증권 사장도 "최근 이머징마켓 투자 붐을 보면서 2001년 아르헨티나 경제위기 때가 떠올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시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이 아르헨티나 경제를 장밋빛으로 전망하고 펀드를 만들어 대규모로 투자했다가 경제위기 발생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이머징마켓을 벗어나 투자 지역을 선진국 증시로 다변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봉쥬르차이나 펀드'를 히트시키며 작년 한 해 1조원이 넘는 시중자금을 끌어모은 BNP파리바운용의 강승태 부사장은 "올해는 중국 등 이머징마켓 펀드의 위험을 관리하는 동시에 유럽 투자 펀드를 선보이는 등 새로운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