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30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를 놓고 목소리를 높여 가며 설전을 벌였다.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박 장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국무회의 개회 전 차를 마시는 동안 유 장관과 맞닥뜨리자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에 대해 (제3자인) 언론에 대고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항의하는 등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것.

이는 유 장관이 지난 29일 언론사 경제부장단과의 국민연금 정책포럼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국민 100명 중 한 명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당사자(공무원)들이 반발한다고 고치지 못하면 대한민국 전체가 현재 있는 자리에 그대로 서 있어야 한다"고 행자부측의 개혁 유보적 입장을 간접 비판한 데 대한 반응이다.

유 장관은 그 전에도 "나는 아직 열린우리당 의원"이라며 "(개혁안이 안 만들어지면) 의원 입법을 통해서라도 공무원 연금을 개혁하겠다"고 말했었다.

반면 박 장관은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아직 결정된 것이 없으며 현 정부 내에서 개혁할 것인지도 좀 더 논의해 봐야겠다"(지난해 12월13일 취임 기자회견)거나 "국민연금이 개혁되는 데 따라 공무원연금 개혁도 결정될 것"(1월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이라는 등 개혁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었다.

이렇듯 상반된 의견을 가진 두 장관이 장외 설전을 벌이다 드디어 현장에서 감정적으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유 장관에게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비판적 의견인 것을 잘 알고 있고 장관인 나도 나름대로 개혁 구상을 갖고 있다"면서 "그런 데도 공식적인 회의가 아닌 언론을 통해 자꾸 비판하게 되면 정부 부처 간 갈등과 알력이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힐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박 장관의 언성이 다소 높아졌으며 유 장관도 열심히 무언가를 설명하는 모습이었다고 주변에 서 있던 국무위원들이 전했다.

유 장관의 정확한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복지부측은 유 장관이 '잘 알겠다''공무원연금도 개혁해야 한다는 뜻에서 말했다'는 의미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