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30일 청와대로 지역언론사 편집.보도국장을 초청, 오찬 간담회을 하는 자리에서 또 다시 언론에 각을 세웠다.

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지난 17일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의 일부 문답 내용을 거론하며 개헌 여론이 일부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왜곡돼 있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중앙지 국장 한분이 `대통령이 귀가 어두운 거 아니냐' 했는데 차마 면전에서 야박해서 `그럼 당신 신문이 엉터리인가 보죠?'라고 하지는 못했다"고 소개한 뒤 "언론이 정상적으로 기능한다면 언론보도를 보고 민심을 아는 것이 맞는 게 아닌가"라고 따졌다.

노 대통령은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는 가운데에도 여론의 변화가 좀 있다"면서 "얼마 전에 여론 조사 기관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여러 항목에 관해서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개헌반대론이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최근 연합뉴스-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 결과를 지적한 것으로, 여론이 4년 연임제 개헌 찬성쪽으로 움직이고 있는데도 언론이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도 개헌에 부정적인 일부 신문의 '제목뽑기' 행태를 개헌저지를 위한 '음모론'으로 지칭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재집권 음모라고 자꾸 제목을 뽑는 신문들이 제목으로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려는 음모가 있지 않느냐"며 "`대통령 두 번 해 먹으려고 그러지' 라는 것으로 국민의 혼동을 부추기는 신문 제목들, 제발 그것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나아가 개헌 논의를 스포츠 경기에 비유, "언론은 선수가 아니라서 운동장에 내려오면 안 된다"고 페어플레이를 주문하기도 했다.

언론은 스포츠로 따지면 해설이나 심판을 하는 것인데, "요새 일부 언론들을 보면 운동장에 내려와 막 공을 차 넣고 반칙까지 한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특히 대통령 권한을 축소시키는 방향의 개헌 용의를 묻는 질문에 "그럴 필요다 없다"고 답하면서 그 이유로 언론권력이 대통령 권력 위에 있기 때문이란 견해를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선진국에서도 대통령이 만화의 소재가 되고 안주거리가 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며 "그러나 정치권에서 대통령을 지칭하고 비난하는 말의 수준과 그것이 언론을 통해서 옮겨져 보도되는 수준을 보면 그 나라 대통령의 위상이 나온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