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6억원 이하의 아파트 담보대출에 대해서도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키로 한 것은 은행 대출 문턱을 높여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충분한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은 계층들이 아파트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빚을 내 아파트 매수에 나서는 현상을 봉쇄하려는 조치인 셈이다.

감독당국은 "상환 능력을 넘는 무리한 대출을 억제함으로써 가계 및 은행 부실화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금융계는 "중산·서민층의 아파트 수요를 차단해 수도권 집값을 잡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연봉 4000만원,대출 가능액 반토막

이번 조치로 수도권에서 3억~6억원 정도인 20~30평형대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투기지역의 아파트라도 시가 6억원 이하일 경우 대출만기를 10년 이상으로 약정하면 담보인정비율(LTV) 6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DTI 규제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는 3월2일부터는 투기지역 및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6억원 이하 아파트까지 DTI 40% 규제가 적용됨에 따라 차주의 연소득에 따라 대출가능 금액이 달라진다.

가령 연소득이 4100만원(통계청 조사 도시근로자가구 평균 연소득)인 차주는 현재 투기지역의 시가 5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때 집값의 60%인 3억원까지 은행에서 빌릴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DTI 규제가 적용돼 대출가능 금액(15년만기·연6.8%·원리금 균등분할상환·기타부채 없음)이 1억54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직장인이나 소규모 자영업자의 내집마련 기회가 바늘구멍처럼 좁아지는 셈이다.

물론 대출금액이 1억원 이하이거나,국민주택규모이면서 시가 3억원 이하 아파트의 경우 DTI 60%까지 인정된다.

◆기존 아파트에도 DTI 적용

현행 DTI 규제는 아파트 구입을 위한 대출(신규 구입자금) 때 적용되지만 앞으로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등기 3개월 이후) 아파트의 담보대출 시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강남에서 시가 20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이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경우 LTV 40% 규제만 받는다.

그래서 20억원의 40%인 8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하지만 3월부터는 집 주인의 연소득에 따라 대출금액이 줄어든다.

가령 연소득이 1억원이면 최대 4억5800만원(20년 만기·연 6.2% 가정시)까지,연소득이 5000만원이면 2억2900만원까지만 빌릴 수 있다.

금감원이 이처럼 DTI 규제를 기존 주택에까지 확대 적용키로 한 것은 고가의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이 기존 아파트를 지렛대 삼아 '투기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연소득은 별로 없지만 부동산 자산이 많은 계층들의 대출 가능 금액이 확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집 없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들이 빚을 내 무리하게 집을 사는 것 뿐만 아니라 다(多)주택자들의 투기적 대출수요까지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당분간 은행만 시행

김대평 금감원 부원장보는 "자영업자 비정규직근로자 사회초년생 고령층 등 연소득을 객관적으로 증빙하기 어려운 계층들의 경우 동일한 모범규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2월 중에 은행별로 구체적인 적용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영업자 등의 경우 각 은행마다 DTI에 따른 대출한도 및 금리가 차등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DTI 규제는 기존 대출의 만기연장,신규분양 아파트의 중도금대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김 부원장보는 "DTI 규제를 비투기지역이나 아파트 이외 주택 등으로의 확대 적용 문제는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로드맵을 마련해 추진하며 비은행권으로의 확대 여부와 시기는 은행의 시행 결과와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