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다. 요즘처럼 흥이 안나는 때도 별로 없었다. 겨울같지 않은 날씨 탓도 있겠지만 전해지는 소식들마다 우울한 것 뿐이다. 신문에서 웃는 사진이 사라졌다.

올해의 화두는 리더십이다. 연초 각 신문들이 예외없이 다룬 특집도 바로 리더십에 관한 것이었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런 리더가 돼달라'는 주문이었다. 그런 만큼 기대치가 높았는데 지금 상황으로선 존경할 만한 리더보다는 상처뿐인 리더들만 남을 것 같다.

나라 전체의 분위기는 회사나 각종 조직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혀를 끌끌 차며 시작한 하루가 즐거울 리 없는 법이다. 이럴 때일수록 허전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돼있고 그런 마음을 채워주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로마인 이야기'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남들의 이런 허전함을 채워주는 매력적인 사람을 표현하는 말로 이탈리아어 '세레노(sereno)'를 들었다. 세레노는 평온하고 청명하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 '세레노 리더'란 밝고 긍정적인 사람을 가리킨다. 시오노는 로마인 가운데 한니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스키피오 장군을 그런 매력적인 리더로 들며 '담백하고 소탈한 분위기가 풍겨나오는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시오노는 사람들마다 병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지만 나름의 고뇌와 상처가 있어서 그런 것이 없어 보이는 밝은 사람에게 끌리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크게 매력적이지 않은데도 주위에 많은이들이 모이는 사람은 대부분 '세레노'가 매력 요인인 경우가 많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는 것이고, 부정적 에너지가 전파력이 크다. 만족한 손님이 3명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는 반면, 불만을 느낀 고객은 9명에게 험담을 늘어놓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부정적 에너지는 상대방의 감정에도 충격파를 준다. 똑같은 인물을 보고도 "얼굴 참 좋아졌네"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슨 안 좋은 일 있어. 얼굴 부었네"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아침에 어떤 말을 듣느냐에 따라 하루가 달라지게 돼있다.

세레노 리더는 그 자신이 에너지원이다. 스스로 밝기 때문에 남들에게 관심이 많고 배려도 많이 하게 돼있다. 그런 점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부하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게 도와주어 조직 전체를 성장시키는 '서번트(servant) 리더'와도 맞닿아 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세레노 리더'가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바라보고만 있어도 흐뭇하고 주위에 가면 절로 기분이 좋아하는 사람 말이다.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상사가 있어야 회사도 정겨운 일터가 된다.

리더십과 관련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바로 직급과의 연관이다. 임원이 돼야, 간부가 돼야, 장(長)이 돼야 그때부터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리더십을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면 조직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라도 주니어 때부터 길러야 하는 것이다. 긍정적이고 '세레노'한 사람이 되려고만 하면 되니 어려운 일도 아니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위치에 있는 인사들이 우울하고 부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연초다. 소탈하고 담백한 '세레노 리더'를 만나고 싶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