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에 창사 이래 최대인 1조370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것.지금까지 국내에서 분기 기준으로 순이익 1조원을 넘긴 회사는 삼성전자 포스코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이닉스의 이 같은 실적은 환율 하락이 채산성을 억누르고 있는 시점에서 달성된 데다 영업 이익률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와 어깨를 겨룰 정도로 신장됐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는 평이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해외 법인을 포함한 기준으로 △매출 2조6120억원 △영업이익 8580억원 △순이익 1조370억원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매출액은 전 분기(3분기)에 비해 33%,2005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48% 늘어난 수치다.
특히 본사 기준 영업이익(8810억원)은 전 분기보다 202%나 늘어났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전체로도 △매출 7조6930억원 △영업이익 2조570억원 △순이익 2조550억원 등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 삼성전자 추월
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은 33%.전 분기 16%에 비해 17%포인트나 상승하며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의 영업이익률(31%)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이 크게 늘어난 건 매출의 75%를 차지하는 D램 가격이 4분기에 9% 가까이 오른 데다 출하량도 31%나 늘었기 때문.하이닉스의 제품 포트폴리오와 지난 4분기 반도체 시황이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진 셈이다.
낸드플래시도 가격은 11% 하락했지만 생산성이 탁월한 MLC(다중집적칩) 제품의 비중을 크게 늘려 출하량은 27%나 늘었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시스템LSI),스토리지 등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낮은 제품들을 포함하고 있어 전체 영업이익률이 다소 낮았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성과
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 중 가장 놀라운 건 200%(본사 기준)가 넘는 영업이익 신장률.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하이닉스의 생산 능력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중국 우시의 300mm 웨이퍼 공장이 10월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했고,80나노 제품을 만드는 이천 M10라인도 3분기 3만장에서 4분기 6만5000장으로 생산량을 두 배가량 늘렸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생산량을 뽑아내는 '하이닉스만의 노하우'가 빛을 발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mm 웨이퍼를 생산하는 M7 공장의 경우 같은 시기에 지어진 경쟁사 공장보다 두 배나 많은 제품(16만장)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 우시 공장도 탁월한 원가 절감 노하우로 양산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그러나 하이닉스가 올해에도 이같이 놀라운 실적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올 들어 낸드플래시 가격이 한 달 새 25%나 떨어지고 D램 고정가격도 하락세로 반전했기 때문.전통적인 비수기인 데다 삼성전자가 업계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가격 공세를 펴고 있는 것도 하이닉스로서는 부담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